풍년에도 웃지 못한다⋯늘어난 재고에 춘천 쌀값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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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년에도 웃지 못한다⋯늘어난 재고에 춘천 쌀값 폭락

    농협 쌀 재고량 41만t, 지난해 대비 73% 증가
    공급 과잉, 소비 감소로 1년새 쌀값 24% 폭락

    • 입력 2022.08.26 00:01
    • 수정 2022.08.28 00:38
    • 기자명 이종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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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결실을 거두는 벼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춘천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춘천시 신북읍 지내리의 잘 익은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 신북읍 지내리의 잘 익은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본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통해 25일 기준 춘천지역 쌀 소매가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20㎏ 기준 쌀값은 4만766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6만2771원)보다 1만5106원(24.1%) 폭락했다. 1년새 낙폭으로는 45년 만에 최대치이며, 가격으로는 2018년 6월(4만7242원)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낮다.

    올해 갑작스런 쌀값 폭락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은 폭등한 가운데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자료를 보면 지난해 ℓ당 600원~700원대였던 면세유가 지난달에는 ℓ당 1506원으로 두 배가량 올랐다. 요소비료 20㎏ 한 포대의 경우 지난해 1만800원에서 올해 2만8900원으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벼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쌀값이 폭락해 농가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쌀값이 폭락한 이유는 쌀 소비 감소와 생산량 증가로 재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쌀값은 농협,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NH농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농협이 보유 중인 재고 쌀은 41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만t)보다 17만t(73.0%) 늘었다. 지난해 생산된 쌀은 388만2000t으로 전년(350만7000t)보다 10.7%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 자료를 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4년 130.1㎏에서 매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56.5㎏까지 줄었다. 

    정부는 쌀값의 폭락을 막기 위해 올해 2월과 5월, 7월 세 차례 총 37만t의 쌀을 매입해 시장과 격리했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격리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부터 산지에선 과잉 공급을 예상하고 선제적인 시장격리를 촉구했었다. 정부는 시장격리 결정을 미루다 지난 연말에서야 결정했다.

    올해 폭염과 폭우로 대다수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쌀은 예외다. 올해 쌀 생산량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예상돼 쌀값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김덕수 춘천농민회 회장은 “올해 쌀 생산비는 최소한 2배는 더 들었는데 쌀값은 거의 반 토막 나 농민들의 심정을 말로 할 수 없다”며 ”쌀값 하락 조짐이 보일 때 선제적으로 시장격리하고 매년 40만8000t에 달하는 쌀 수입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이종혁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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