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알바는 손님보다 귀하다⋯음식점 ‘구인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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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알바는 손님보다 귀하다⋯음식점 ‘구인난 비상’

    시급 1만2000원에도 올여름 ‘알바’는 귀한 몸
    2030세대, 최저임금 상승 후 ‘음식점 기피’ 뚜렷
    레고랜드 채용과 외국인 근로자 감소도 영향

    • 입력 2022.07.20 00:01
    • 수정 2022.07.21 00:49
    • 기자명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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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퇴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한달째 시간제 직원을 구하고 있다. 김씨 가게에는 직원이 6명 필요한데 현재 1명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급을 1만1000원까지 준다고 해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지원자가 없어서다. 가족들까지 매장에 매달리고 있지만 손님을 받을 수 없어 식사 시간에도 빈자리가 놀고 있다. 김씨는 “직원만 충분하면 하루 매출이 100만원은 더 나올 것”이라며 “코로나가 한창일 땐 손님이 없었는데, 이제 손님이 늘어나려 하니 직원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춘천지역 음식점과 카페 등 소상공인들이 아르바이트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에 2030세대 인구가 원체 부족한데다 최저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젊은층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거기다 올해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가 젊은 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코로나 사태마저 겹쳐 외국인 근로자 유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본지가 알바몬 등 구인구직 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춘천지역 음식점 여러 곳에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160원)보다 높은 시급으로 아르바이트 직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춘천 우두동의 A치킨집은 지난달부터 알바몬에 시급 1만2000원으로 구직 광고를 올렸는데, 아직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18일 알바몬에 최저시급보다 높은 금액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18일 알바몬에 최저시급보다 높은 금액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특히 춘천지역 대학들이 여름 방학에 들어간 지난달 이후, 음식점에서 서빙과 주방 보조 등을 맡을 20대 시간제 근로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A치킨집 사장 박모(38)씨는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올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원하는 나이대의 지원자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주류 판매 때문에 채용이 불가능한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지원자는 1~2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식점주들과 구직자들은 지난 5년동안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상호 눈높이가 크게 달라진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젊은층 입장에서는 편의점 카운터나 사무 보조 등 쉬운 일을 해도 시간당 1만원에 가까운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음식점을 기피한다. 후평동에 거주하는 취업 준비생 이모(27)씨는 “서빙 아르바이트는 너무 힘들고 취업을 위한 경력에 도움되는 것도 아니어서 하고 싶지 않다”며 “돈이 필요하면 차라리 배달 대행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19일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 후문의 한 가게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전단이 붙여져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19일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 후문의 한 가게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전단이 붙여져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에서 올해 5월 개장한 레고랜드 코리아와 리조트 등에서 대규모로 젊은층을 채용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퇴계동의 한 식당관계자는 “레고랜드에서 1000여명의 인원을 채용한 이후, 서비스업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영세한 음식점의 구인난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최근 춘천을 비롯한 강원지역 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에 대해 ‘취업난’보다는 ‘구인난’을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강원지역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17만7000명으로 전년동월(18만9000명) 대비 1만2000명(6.1%) 감소했다.

    박찬주 한국외식업중앙회 춘천시지부장은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줄어들었고 청년들도 음식점 같은 힘든 일을 기피해 인력 부족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울며 겨자먹기로 시급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불경기와 임금 부담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소담 기자·이현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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