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文 대통령,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하고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준비에 매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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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성덕 칼럼] 文 대통령,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하고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준비에 매진하라

    • 입력 2022.04.21 00:01
    • 수정 2022.04.23 00:08
    • 기자명 염성덕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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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성덕 논설주간
    염성덕 논설주간

    정치권이 벼랑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격돌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가장 위험한 뇌관이다. 이 법안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에 기소권만 주도록 했다. 검찰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무원에 대한 수사권만 갖는다. 검찰은 빈껍데기 수사권만 갖고, ‘경찰 대서소’로 전락하게 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표적인 수사 역량이 증발하고 만다. ‘조선의 제일 검들’이 설 땅이 없게 된다. 검찰이 거악(巨惡)을 척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범죄자들이 백주에 대로를 활보하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경찰공화국이 중대 범죄 척결에 앞장설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국민은 급조된 공수처의 무능을 목격했다.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형 FBI는 존폐 기로에 선 공수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경 수사 역량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크다.

    그동안 검찰은 산 정권의 눈치를 보고, 먼지떨이식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의 수사 관행을 바꾸게 하면 될 일이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현 정권의 비리도 수사하는 강단을 보여줬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보다 더 권력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국민은 입법 권력을 몰아주며 민주당에 공정과 상식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주문했다. 독단적인 입법활동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폭주는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각계 인사들이 민주당 법안에 반대했고, 문재인 정권에 우호적인 참여연대와 민변마저 반대 대열에 섰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반대한 셈이다.

    법조인 출신인 문 대통령은 이 법안의 문제점을 잘 알 것이다. 국정 운영 과정에서 검·경의 수사력도 파악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원론적인 의견만 내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거부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여론에 반하는 법안을 밀어붙이지 말고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에 집중해야 한다. 거대 의석의 정당은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윤 당선인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분”이라고 한 후보자의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진보와 보수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다. 경제수석(김대중 정부), 국무조정실장·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국무총리(노무현 정부), 주미대사(이명박 정부), 한국무역협회장(이명박·박근혜 정부)을 지냈다. 특정 정파에 기울지 않고 실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국무총리실을 출입할 때 지켜본 한 국무조정실장의 이미지도 이런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당선인에게 쥐꼬리만 한 지지를 보낸 호남 민심을 다독이고, 의회 권력을 틀어쥔 민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는 인사다.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발탁은 정수(正手)에 가깝다. 신의 한 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리수(無理手)나 악수(惡手)는 아니다.

    한 후보자가 윤 당선인보다 열한 살 많고, 과거 인사라는 점이 걸리기는 한다. 일부 평가대로 ‘올드보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명을 따르는 관료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앤장의 고액 고문료, 자택 임대와 관련한 이해 충돌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한 후보자가 반드시 소명해야 하고, 민주당이 확실하게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 정치인을 지명하지 않았다. 두 직책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는 민감한 자리다. 그간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두 장관직에 정치인을 임명할 때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윤 당선인이 정치인을 두 장관직에서 배제한 것은 현명한 조치였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의중에 맞게 행동하면서 좌충우돌한 모습은 국민의 피로도만 누적시켰다.

    다만 한동훈 후보자 지명은 민주당과 정면 대결을 예고한 인사라는 점에서 자칫 정국 경색의 화약고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한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자신만만하다면 청문회장에서 한 후보자와 맞붙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한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조각(組閣) 명단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인사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 후보자 아들과 딸의 경북대 의대 편입 논란은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경북대병원에서 두 자녀가 봉사 활동을 한 점수가 서류 심사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학사인 아들은 전문적인 논문 두 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 내용도 편입 서류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유형과 닮은꼴이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까지 갈 모양이지만 너무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윤 당선인은 공정과 정의를 내세워 대선 승리를 쟁취했다. 내로남불 논란에 휘말리는 순간 국정 운영 동력은 뚝 떨어진다. 대통령 취임식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지방선거에서 낭패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쓴맛을 본다면 윤석열 정부는 반쪽 정부가 아니라 반의반쪽 정부로 전락할지 모른다. 윤 당선인이든, 정 후보자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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