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아침에 걷기, 우울증·치매도 예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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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아침에 걷기, 우울증·치매도 예방합니다

    • 입력 2022.04.15 00:00
    • 수정 2022.04.15 07:36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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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요즘 아침 몇 시에 일어나시는지요? 오전 6시면 이미 해가 떠 있으니 아침잠이 없는 분이 아니라면 일출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제 아이들도 아는 상식이지요. 그렇다면 하루 중 언제 걷는 것이 건강에 더 좋을까요. 점심식사 후나 저녁 무렵, 심지어는 밤에 걷는 분도 계십니다. 물론 운동효과를 따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환경에 따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전문가들은 아침 해가 뜰 때 시작하는 ‘모닝 워킹’을 권합니다. 무엇보다 아침에는 오염이 적은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죠. 또 기온이 높아지기 전이라 머리가 맑아지는 상쾌한 느낌도 들고요. 이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뇌가 산소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실제 뇌 속의 뉴런(신경세포)은 근육보다 3배의 산소를 사용한다고 해요.

    산책 코스에 숲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나무가 내뿜는 항균·항암물질인 피톤치드도 하루 중 이른 아침에 가장 많이 쏟아지니까요.

    아침 걷기가 꼭 필요한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면장애를 겪는 분들입니다. 특히 ‘수면지연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반드시 모닝 워킹을 권합니다.

    언젠가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대해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늦은 밤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바이오리듬은 24시간 주기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 몸의 시계가 태양의 주기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학자들은 인간의 시계가 매일 약 30분 정도 늦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생체시계에 맞춰 기상하면 매일 30분씩 늦게 일어나 허둥지둥 지각하는 것이지요. 바로 수면지연증후군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조물주는 이 격차를 조절하는 장치를 우리의 뇌 속에 심어놨어요. 바로 빛에 반응하는 시교차상핵이라는 콩알만 한 기관입니다. 아침 햇살이 눈으로 들어와 시교차상핵의 시침과 분침을 태양의 일주기에 맞춰 놓는 것입니다.

    그러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면 저녁 취침시간보다 기상 시간, 그것도 일어나서 햇볕을 쬐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사례와 같은 분들도 아침 걷기를 하시면 좋습니다.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다거나, 인지력이 떨어진 중·노년층, 뇌 활동을 많이 하거나 스트레스로 뇌가 피곤한 분들입니다.

    실제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 교수팀은 2019년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 이와 관련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죠. 연구팀은 55~80세의 65명에게 아침 운동(빠르게 걷기)을 하게 한 뒤 앉아 있는 그룹과 인지 및 집중력, 주의력, 의사결정 등 정신운동기능을 비교·평가했습니다. 결과는 역시 운동그룹의 정신기능이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연구팀은 운동그룹에서 뉴런의 생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성장인자가 크게 증가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뉴런은 뇌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신경세포를 말하니 운동그룹의 뇌 건강이 증명된 셈이지요.

    71~93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선 매일 걷기를 하면 알츠하이머의 위험이 준다는 사실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아침 걷기는 또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크게 개선합니다. 아침에 햇빛 샤워를 하며 걸으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쏟아져 자신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거죠. 사실 우울증은 일조량과 관계가 깊어요. 미국 도시 중 시애틀의 자살률이 높은데 이는 태양을 보기 힘든 우기가 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아침 걷기는 혈압의 안정을 도와줄 뿐 아니라 심장 건강을 지켜줍니다. 우리 몸의 혈액은 심장에서 펌핑돼 발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순환을 반복합니다. 발에는 무수한 혈관이 분포돼 있습니다. 그런데 걸을 때마다 발바닥을 꾹꾹 눌러 혈관을 짜주니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는 거죠. ‘발을 제2의 심장’으로 부르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니 혈관에 끼는 노폐물 침전물도 막을 수 있고요.

    혈액이 빨리 돌면 체온이 올라가고, 체온이 오르면 온몸의 세포와 장기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침 걷기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어요. 해가 뜨기 전 새벽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 몸이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가 휴식모드를 취하고 있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집니다. 새벽 기도를 다녀오다가, 또는 조기축구를 하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사례가 가끔 있거든요.

    따라서 심장질환 고위험군은 조금 늦게 운동을 시작하고, 격렬한 운동보다는 빠르게 걷기 정도의 강도가 바람직합니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아침 걷기는 매우 좋습니다. 췌장뿐 아니라 모든 위·대장 등 소화기계 장기와 효소, 호르몬 등의 분비가 원활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복에 아침 운동을 할 때는 저혈당을 조심해야 합니다. 간단한 먹을거리나 비상용 사탕 등을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노년층은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져 반드시 준비운동이나 스트레칭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균형감이 떨어져 작은 돌부리에도 넘어질 수 있으니까요.

    모닝 워킹을 결심한 분을 위한 몇가지 팁을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날 저녁에 아침에 입을 옷과 신발을 미리 준비합니다.
    2. 아침 기온이 낮으니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3. 처음에는 운동시간을 20~30분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려갑니다.
    4. 함께 걸을 친구나 동호회에 가입하면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5. 운동시간을 별도로 내지 못하는 직장인이라면 출근하면서 한두 정거장 미리 내려 걷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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