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경제] 빅블러(Big Blur) 시대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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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경제] 빅블러(Big Blur) 시대의 경제

    • 입력 2022.04.08 00:00
    • 수정 2022.04.12 13:16
    • 기자명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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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세상이 초연결 사회로 진화하면서 과거에는 명확했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 저, 2013)에서 저자는 ‘생산자-소비자, 소기업-대기업, 온-오프라인, 제품 서비스 간 경계융화를 중심으로 산업 및 업종 간 경계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빅블러(Big Blur)’를 제시하였다.  

    빅블러는 입지의 역할이 명확했던 파이프라인(Pipeline) 경제에서 무형자산과 복잡계 특성이 지배하는 플랫폼(Platform)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기존의 세상을 정의하던 많은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빅블러의 등장과 가속화는 세 측면에서 그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책목표와 관련한 것으로, 탄소 중립과 같은 친환경 정책목표에 발맞춰 전기차와 수소차 출시가 이루어진 것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기술진보 및 새로운 시장 창출과 관련한 것인데,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활동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사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 발달이 자율이동 로봇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소비자 요구와 역할의 변화와 관련한 것이다. 예전에는 판매와 제작 주체가 기업이었던 반면 이제는 소비자의 기획 과정 참여가 증가하면서 경계가 모호해진 점,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게 된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빅블러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O2O(Online to Offline), O4O(Online for Offline) 분야에서 빅블러가 활발하다. 아마존, 구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오프라인 소매산업 진출,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와 주택 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넷플릭스의 게임산업 진출 역시 빅블러 사례 중 하나이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로 은행의 경쟁자가 된 스타벅스, 물건 구매만 가능하던 편의점이 입출금, 음식점, 커피숍, 택배 서비스까지 취급하면서 만물상으로 진화한 것은 반대 방향의 빅블러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빅블러는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전형적인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인 아마존과 네이버가 인터넷 쇼핑몰과 포털서비스를 만들던 기술로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 반대로 IT서비스를 공급하는 B2B 기업인 LG CNS가 개인정보를 관리해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B2C에 나선 것이 좋은 예다.

    빅블러가 두드러진 또 다른 곳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 기술 기반의 IT회사가 금융산업에 진출한 테크핀(Tech-Fin) 분야다. 모바일 송금, 오픈뱅킹, 챗봇서비스 등이 핀테크의 대표적 사례라면, 대규모 고객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에 기반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 삼성, 카카오, 네이버 등은 테크핀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고 섞이면서 기존의 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빅블러 시대! 서로 섞이고 융합하는 데는 변화를 흡수하고 충격을 이겨내는 적응력과 변화를 따라잡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출발은 늦었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사업 혁신성 만큼은 한국인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이런 특장(特長)을 잘 살려야 한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원천기술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융합은 핵심기술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인공조미료(MSG)를 만드는 데 쓰이는 아미노산 화학에 특화해 반도체 핵심소재인 마이크로 절연 필름(ABF)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독점 공급자가 된 일본의 조미료 제조업체 아지노모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동시에 길러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할 때 더 커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보를 종합해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통섭(統攝) 능력을 키우는 것도 격변의 빅블러 경제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리라. 물론 그 바탕이 풍부한 인간성(Humanity)에 근거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 우물만 파서는 살아남기가 힘든 빅블러 시대! 여러 출구를 마련하는 ‘교토삼굴(狡兔三窟)’의 지혜가 필요함을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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