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여든 넘어서도 갈비 뜯을 수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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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여든 넘어서도 갈비 뜯을 수 있으려면

    • 입력 2022.04.01 00:00
    • 수정 2022.04.01 13:34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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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퀴즈 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고생을 하고, 심뇌혈관 질환, 당뇨병, 폐렴은 물론 임신여성의 조기출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정답을 말하면 아마 많은 분이 고개를 갸우뚱하실 겁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잇몸병’이니까요.

    잇몸병 즉 치주질환은 크게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구분합니다. 치은염은 염증이 잇몸에만 생긴 비교적 가벼운 잇몸질환입니다. 반면 치주염은 잇몸뿐 아니라 이까지 염증이 진행된 중증을 말하지요.

    이 두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년에 1637만명(2020년 기준 외래진료 다빈도질환)에 이릅니다. 이는 2위인 감기 등 급성기관지염 환자의 1.5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3월 24일은 ‘잇몸질환의 날’이었습니다. 대한치주과학회가 제정해 벌써 14회째입니다. 이날 발표된 논문이 관심을 끕니다. 심혈관질환이 없는 40세 이상 24만여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하루 2회 이상 칫솔질을 한 사람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9%, 여기에다 연 1회 이상 스케일링을 받은 사람은 1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치은염이든 치주염이든 두 질환의 뿌리는 같습니다. 모두 치태가 치아에 들러붙어 염증을 일으키죠. 치아와 잇몸에 생긴 세균과 염증 유발물질은 미세혈관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고, 혈관을 타고 돌면서 혈관내벽에 상처를 내거나 염증을 발생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을 유발하게 됩니다.

    당뇨병과의 상관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균이 혈관뿐 아니라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군요. 특히 당뇨환자는 입속에 침이 부족해 세균이 왕성하게 번식하고, 이로 인해 치주질환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 잇몸질환이 혈당수치를 올린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잇몸 점검이 필수입니다.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산할 확률은 3.5배, 1㎏ 미만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은 17.5배나 높았다는 논문이 이를 보여줍니다. 입안의 세균이 태반의 막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이 증가해 구강 내 세균이 잘 증식한다고 해요. 그러니 임신 전 점검도 필요하지만 임신 중이라도 한두 번은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잇몸질환이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우리가 음식을 씹으면 당이나 단백질 성분이 치아에 남고, 여기에 세균이 서식합니다. 이를 치태, 즉 바이오필름이라고 하죠. 칫솔질은 바로 이러한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치아와 잇몸 사이의 틈새입니다. 움푹 패여 있어 칫솔모가 잘 닿지 않죠. ‘치주 포켓’이라고 하는 이 부위에 음식찌꺼기가 남고, 세균이 자라 치태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치태가 치석으로 바뀌면서 잇몸 염증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보통 치주 포켓의 깊이가 4㎜ 정도면 경증, 4~6㎜면 중등도, 6㎜ 이상이면 중증이라고 합니다.

    경증인 치은염 때는 잇몸 색깔이 다소 진해지면서 치간칫솔을 사용하면 피가 묻어나오는 수준입니다. 이때는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하고, 구강관리만 잘 해도 저절로 치료됩니다.

    하지만 잇몸이 붓고, 아프며, 출혈이나 고름이 나올 정도라면 치아까지 손상된 치주염입니다. 이럴 때는 잇몸을 절개해 염증조직을 제거해야 하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잇몸은 마치 방파제와 같습니다. 여기에 치아가 나무처럼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방파제의 둑이 무너지면 나무 또한 맥없이 쓰러집니다.

    이가 없으면 삶의 질은 극도로 취약해 집니다. 영양섭취는 물론 발음도 어눌해지고, 치아함몰로 인해 얼굴의 모양도 바뀝니다. 치아를 오복의 하나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주질환은 숙명적인 질환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치주질환을 생활습관병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치주 포켓이 깊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평소의 잘못된 칫솔질과 불성실한 구강관리가 주범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습니다.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칫솔질 방법이 있습니다. 영국의 툴레인대학교의 찰스 바스 교수가 창안했다고 해서 ‘바스법’으로도 불립니다. 바로 치주 포켓까지 닦도록 하는 양치법이지요.

    먼저 치면을 깨끗이 닦았다면 다음으로 치주 포켓 청소를 합니다. 칫솔모를 45도 각도로 기울여 잇몸 사이의 틈 속으로 밀어 넣어보세요. 그리고 진동을 주면서 이곳의 이물질을 쓸어내는 것입니다. 마치 마루 틈새에 들어있는 먼지를 빗질로 청소하듯 말입니다.

    전동칫솔을 쓰신다면 역시 칫솔모를 비스듬히 잇몸 틈새에 위치시킨 뒤 10초 정도 진동을 줘보세요. 칫솔질 후 개운함을 느끼실 겁니다.

    또 하나는 치간칫솔 사용법입니다. 보통 치간칫솔은 치아 틈새의 찌꺼기를 빼내는데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깁니다. 먼저 치간칫솔로 치아 사이를 청소한 뒤 치주 포켓으로 밀어 넣어 치태를 긁어내야 합니다. 이때 치간칫솔이 철로 돼 있으면 잇몸에 상처를 줄 수 있어요. 이를 예방하려면 고무로 코팅한 제품을 사용하면 됩니다.

    마지막 잇몸 보호수칙으로 스케일링을 권합니다. 아무리 칫솔질을 완벽하게 해도 치석은 남기 마련이거든요.

    사람의 치아는 사랑니를 포함해 32개입니다. 이중 아래・위에 최소 20~24개의 치아만 있으면 기본적인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 70대의 잔존치아는 14.2개에 불과하지요. 평소 잇몸을 소홀히 한 실상입니다. 사실 치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잇몸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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