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백팩과 담배, 척추에 해로워요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내 몸 사용설명서] 백팩과 담배, 척추에 해로워요

    • 입력 2022.03.18 00:00
    • 수정 2022.03.18 11:29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최근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정부가 이달부터 퇴행성 척추질환을 진단하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약속해서입니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적용 대상을 하지마비나 대·소변장애와 같은 감각이상이 있을 정도로 신경학적 결손이 심각한 중증에만 급여혜택을 주겠다고 고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기준을 충족해 보험혜택을 받는 분은 거의 없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뼈가 노화하면 숙명처럼 찾아오는 질환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학적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척추관협착증은 어떤 질환일까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때문에 모든 노인이 이 질환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농촌과 어촌 또는 식당일로 평생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신 분들이 척추관협착증의 취약계층이지요. 척추디스크는 대도시에, 척추관협착증은 지방에 훨씬 많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합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 골다공증이 생기고, 디스크(추간판)도 노화합니다. 하지만 꼿꼿하게 100세를 사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척추건강의 편차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척추관협착증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숙명적인 질환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생활 속에서 관리해야 하는 ‘자세습관병’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척추는 백두대간처럼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지만 들여다보면 낱개의 척추뼈가 블록처럼 쌓여 있는 구조이지요. 이 블록뼈가 이탈하지 않도록 붙들고 매고 있는 것이 인대, 척추에 근육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힘줄(건)입니다. 마치 돛단배의 돛을 세우는 밧줄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척추는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33개로 구성됩니다. 위로부터 목뼈(경추) 7개, 등뼈(흉추) 12개, 허리뼈(요추) 5개, 그리고 나머지는 꼬리뼈(미추)와 엉덩이뼈인 천추입니다. 이 각각의 뼈 사이에는 방석처럼 생긴 추간판이 끼어 있어 하중을 견디는 완충기능을 합니다.

    척추는 몸을 바로 세우는 일과 함께 더 큰 중요한 일을 하지요. 이른바 정보의 고속도로입니다. 척추뼈 사이의 빈 공간인 척추관으로 신경다발이 지나가면서 가지를 쳐 온몸에 정보를 전달·소통하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보면 목뼈에서 나가는 신경은 가슴 위쪽과 팔로, 등뼈 쪽에선 가슴과 복부로, 요추에선 다리와 장, 그리고 방광으로 신경근이 연결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이나 마비부위를 듣고 척추 몇 번째 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요통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얻은 질환입니다. 체중을 분산하지 못하니 한번쯤은 누구나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기도 해요.

    척추 중에서 가장 손상을 많이 받는 부위가 바로 요추입니다. 통증은 척추를 지나는 신경다발(척수)이 눌리면서 시작됩니다.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뼈의 구조적 변화에 의해 척추관이 좁아지기 때문이지요.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확연히 다릅니다. 예컨대 몸을 숙일 때 통증이 발생하면 디스크, 상체를 뒤로 젖힐 때 아프면 척추관협착증입니다. 허리통증으로 걷지 못하는 할머니가 눕거나 앉아 있을 때 편하다고 하시면 영락없이 척추관협착증입니다. 누우면 척추관이 넓어져 신경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특히 병이 깊어지면 요추로 지나가는 신경이 더욱 눌려 다리 뒤쪽이 저린 현상이 나타납니다.

    척추는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처럼 믿음직스럽지만 어릴 때부터 보호하고 관리해줘야 오래 쓸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팩입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12~15세 청소년 1540명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허리통증과 백팩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당시 요통을 호소한 아이는 34%나 됐는데 이중 82%가 백팩이 통증유발이나 악화의 원인으로 추정됐습니다. 체중의 30%가 넘는 백팩이 주범이었던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백팩의 무게를 어린이 몸무게의 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권장합니다. 심지어 10% 이내로 줄여야 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쁜 자세도 요통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90도(직각)로 앉았을 때 허리에 가장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추간판에 걸리는 압력을 ‘서 있을 때 100%’로 하면, 90도로 앉았을 때는 140%, 100도 기울기에선 115%, 110도는 105%, 또 80도로 약간 숙이면 190%로 급격히 올라갑니다.

    이를 참고하면 의자에 앉을 때는 허리를 등받이에 붙이고 약간 뒤로 눕는 자세가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허리는 굽히면 굽힐수록 요추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굽히지 말고, 앉은 자세에서 물건을 수평으로 들어 눈높이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흡연과 신발입니다. 흡연은 허리통증을 3배 정도 악화시킨다고 해요. 척추 주변 조직의 혈류 감소와 이로 인해 디스크의 노화와 골다공증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성은 척추관협착증에 걸릴 확률이 남성보다 높아요. 척추 주변 근육이나 인대, 건이 약하고, 골다공증이 빨리 진행됩니다. 게다가 젊었을 때는 하이힐과 같은 신발이, 또 임신으로 인한 하중의 변화가 나이 들어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요.

    척추가 무너지면 우리의 삶도 무너집니다. 통증도 통증이려니와 생활의 반경이 좁아져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거든요. 평생 자식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한 우리 부모세대를 위해 MRI 진단만큼은 건강보험에서 배려를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건강형평성이라는 건강보험의 취지와도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