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있는데, 집 앞에서 펑펑하고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습니다.”
지난 9일 정오쯤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의 한 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마을주민 A씨가 집 앞 간이창고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불을 붙인 후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쓰레기를 태운 불은 삽시간에 간이창고로 옮겨붙으면서 커졌고, 검은 연기와 함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불을 발견한 마을주민들은 곧장 소방서에 신고한 뒤, 화재현장 옆집 욕조에 물을 받아 양동이로 날랐다. 일부는 화장실에 긴 호스를 연결해 연신 물을 뿌렸다. 이날 마을주민 20여명이 화재 진압에 나섰다.
마을주민 B씨는 “마침 대선 투표하는 날이어서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며 “평일 낮이었다면 불을 발견했다고 해도 끌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또 다른 마을주민 C씨는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불이 산으로 옮겨붙을 뻔했다”며 “큰불을 잡은 뒤에는 산으로 물을 계속 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을주민들이 화재를 어느 정도 진압한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도착해 낮 12시 51분쯤 잔불을 모두 껐다.
최근 삼척과 강릉, 동해, 영월 등 도내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칫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또 내달까지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대형산불 위험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날 화재로 간이창고가 모두 불에 타 소방서 추산 1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고, 집주인 A씨가 불을 끄다 얼굴에 1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산불 내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마을주민들은 이번 화재가 예견된 재난이었다고 지적했다. A씨가 평소에도 집 앞 간이창고에서 쓰레기를 소각했다는 주장이다.
B씨는 “그저께도 뭔가를 태우는지 연기가 계속해서 났다”며 “마을회관 인근에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있는데도 종종 쓰레기를 태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C씨는 “자칫 불이 산으로 옮겨붙으면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보았을 것”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보호법상 실수로라도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며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생활 쓰레기를 소각하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아직도 시내에서 멀지 않은 외곽에선 아침저녁으로 태워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