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경제]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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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경제]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우려

    • 입력 2022.03.11 00:00
    • 수정 2022.03.12 00:34
    • 기자명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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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최근 들어 세계 경제와 각국의 통화정책에서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새로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은 코로나19에 대응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추진한 정책적 요인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 여부와 함께 공급망(Supply chain) 문제 등 비용요건이 악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한 것인지에 모아져 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이에서 더 나가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 발생하는 게 아닌지 하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스크루플레이션은 ‘쥐어짜기’를 의미하는 스크루(Screw)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경기가 침체돼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상승해 가계의 살림살이가 ‘쥐어짤’ 정도로 나빠지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이 말은 2011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미국 헤지펀드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대표인 더글러스 카스가 ‘중산층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인 반면 치솟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중산층을 쥐어짜는 스크루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도 위험하고 해결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간 잊고 지내던 생경한 용어가 최근 들어 물가가 급등하면서 1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구별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거시경제(巨視經濟) 차원에서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면, 스크루플레이션은 미시적(微視的)인 차원에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체감 물가, 즉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감소하게 되면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스크루플레이션이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게 된다. 이처럼 스크루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소비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가 악순환의 나선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크루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지표상으로는 경제가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늘어나 빈부격차 확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특히 서민들 입장에서는 더 살기 힘들고 팍팍한 일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정책당국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 세계 10대 경제고위험군에 속한지 이미 오래됐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 기반도 악화돼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는 등 스크루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도 불안을 더하는 요인이다.

    바로 직전, 3월 9일 끝난 선거에 따라 5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많은 예측기관과 전문가들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될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로 스크루플레이션을 꼽고 있다. 만일 스크루플레이션이 온다면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의 일상은 더 휘청이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더 힘들게 쥐어짜도 소생하기 힘든 경제 위기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예상되는 경제 위기에 적절히 대처해 ‘서민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할 일 많고 갈 길 바쁜 새 정부이지만, 서민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우리네 소시민들이 하는 말, ‘내 월급 말고는 모두 다 올랐다’는 말이 새 정부에서는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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