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부동산,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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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부동산,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주식은 리스크가 크므로 ‘자산배분’으로 안정성 높여야
    자산배분 효과 큰 주식의 짝은 달러화··· 부동산은 작아

    • 입력 2022.03.01 00:00
    • 수정 2022.03.02 00:12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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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금리 인상, 물가 상승, 경기 부진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요즘 증시는 메가톤급 악재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주가는 당연히 요동치게 마련이다. 불확실성의 또 다른 말은 리스크(원금 손실)다. 누구나 리스크를 싫어한다. 그러나 투자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면 리스크와 맞서 싸워야 한다. 

    투자론부터 공부해보자. 투자의 기대수익은 ‘무위험 수익’과 위험을 감수하는 데 따른 보상인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 무위험 수익률은 투자하면 기본적으로 받게 되는 수익률이다. 보통 원금 손실 위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국채가 이에 해당한다. 리스크 프리미엄은 리스크의 크기에 비례한다.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가면 원금 손실 가능성도 커지므로 리스크 프리미엄도 상승한다. 

    만약 리스크가 매우 큰 상품이지만 투자자에게는 무위험 이자율만 준다면 이 상품에 가입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기가 떨어지면 가격도 내려간다. 가격이 내려가면 기대수익이 슬슬 올라간다. 동일한 상품을 싼 가격에 사는 거니까 당연히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가격 하락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생길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다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가격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도 커진다. 한마디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그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다는 결론이다. 원금 보장도 되고 수익률도 높은 상품이 있다면 그건 사기다.

    주식은 투자자산 중에서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주식은 원금 손실 위험이란 치명적 약점이 있다. 주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려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처럼 변덕이 심한 시장을 이겨내야 한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려면 튼튼한 배를 이용해야 하듯이 투자의 세계에선 안전성을 보강해 원금 손실 위험을 누그러뜨리는 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론 자산을 이것저것 섞는 ‘하이브리드 배’를 만드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이나 요소를 결합한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요소의 장점만을 선택해 합친 것이니 성능이나 경제성이 뛰어나다. 

    주식투자에서 하이브리드 배에 해당하는 것이 ‘자산배분’이다. 자산배분은 한마디로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을 적당한 비율로 섞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와 있는 금융제도와 기법을 다 활용해도 시장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지만 그나마 쓸모 있는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자산배분은 역사가 비교적 짧은 투자 개념이다. 1980년대만 해도 투자 수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증권 분석가인 게리 브린슨은 90개 이상 선진국의 연기금 수익률을 10년간 분석한 결과 장기 투자 수익률의 90% 이상이 자산배분, 4.2%가 종목선정, 매매 타이밍이 1.7%의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종목을 잘 찍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투자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자산배분 이론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이후 자산배분을 둘러싼 많은 논쟁이 있었고,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자산배분이 미치는 영향력 정도에만 차이가 있었지, 그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자산배분의 원리는 간단하다. 다양한 자산이 가지고 있는 ‘경합성’을 이용해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경제 상황의 변화가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에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른데,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자산을 섞어 놓으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확 떨어뜨릴 수 있다. 자산배분은 한마디로 음의 상관계수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낮은 상관계수를 가지고 있는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짜 더 낮은 위험을 부담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거두려는 투자기법이다. 상관계수는 -1에서 +1까지 움직인다.

    상관계수가 플러스이면 두 자산의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자산배분 효과가 적고, 상관계수가 마이너스이면 두 자산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재테크를 국내 주식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어느 날 갑자기 조용하던 증시가 불난 호떡집으로 돌변했다. 주가는 곤두박질쳐 보유 자산이 확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오피스텔도 보유하고 있다. 둘의 상관계수는 +0.43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경제가 위기에 빠져 투자심리가 식으면 주식과 부동산은 함께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부동산을 빚을 내 샀다면 더 큰일이다. 뛰는 금리에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피스텔을 급매물로 내놓을지 모른다. 요즘 영끌로 부동산을 산 사람이 겪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는 상관계수가 낮은 미국 달러화나 미국 국채에 분산투자하면 좋다. 달러화와 미국 국채와 국내 주식의 상관계수는 각각 –0.67, -0.62로 모든 자산군 중에서 가장 낮다. 

    주식은 두 얼굴을 가진 투자상품이다. 변동성과 수익성이 춤을 춘다. 주식의 변동성만 보는 사람은 은행 상품에 머물러 있고 수익성만 보는 투자자는 대박의 헛된 꿈을 꾼다. 자산배분은 이런 양극단 사이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의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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