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일의 2코노미] 1.(下) 늘어나는 전기차...‘그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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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일의 2코노미] 1.(下) 늘어나는 전기차...‘그림자’는?

    전기차 급증에 춘천 정비업계 위기
    정비 기술 없고 소모품 판매 어려워
    전기차 친환경성 전문가 해석 달라

    • 입력 2021.12.20 00:02
    • 수정 2022.01.04 13:09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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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 먹고 오래가는’ 첨단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앞다퉈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그 빈자리를 전기차로 채워놓고 있다. 그러나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항상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의 ‘그림자’를 집중 조명한다.

    ▶전기차 폭증...지역 정비업계 생존 위기
    춘천시와 정부가 앞장서 전기차 보급 촉진을 통한 장밋빛 미래를 논하지만, 동네 카센터종사자들에게 도로 위 전기차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모터와 배터리, 컴퓨터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전기차의 정비 문법은 정비업자들이 수십 년간 익혀왔던 내연기관 차량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MS투데이 취재진이 춘천 시내 카센터 5곳을 직접 방문해 전기차 수리 가능 여부를 물어봤지만,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춘천 근화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이모(60)씨는 “현대자동차 같은 완성차 업체를 제외하면 춘천에서 전기차 수리를 할 수 있는 카센터는 없다고 본다”며 “앞으로 전기차가 더 많아지면 카센터종사자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춘천지역 내 한 정비소의 한적한 모습. (사진=정원일 기자)
    춘천지역 내 한 정비소의 한적한 모습. (사진=정원일 기자)

    현재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곳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에서 직접 혹은 연계해 운영하는 정비사업소 정도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만으로 급증하는 전기차 물량 전부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지역 업계와의 공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씨는 “완성차 업체가 자신들이 판매한 전기차 물량의 100% 정비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공존을 위해 정비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정비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제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자발적으로 기술을 배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정비업 종사자 상당수가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십 년간 익혀온 기술 대신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배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비업자 홍모(60)씨는 “전기차 정비기술을 배우려고 해도 아직 대중화돼있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정비업자들이 이제 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춘천지역에 전기차가 많아지면 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비업계 충격 완화를 위해 완성차 업체와 정부가 나서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제4차 자동차서비스산업위원회에서 “전기차 등장에 따른 자동차 정비 서비스업은 중·장기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활한 인력 재교육을 위해 정부와 완성차 업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품 적게 들어가는 전기차...정비업계 수입원 비상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들어가는 부품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부품 교체에 따른 수입 의존이 큰 영세 정비업자들의 걱정거리다.

     

    전기차 급증으로 내연기관 부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그래픽=박지영 기자)
    전기차 급증으로 내연기관 부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그래픽=박지영 기자)

    엔진과 변속기 오일이나 필터 등 내연기관 차량 유지에 필수적인 부품 교체는 동네 카센터의 중요한 매출원이다. 하지만 복잡한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가는 전기차는 차량 유지를 위해 주기적 교체가 필요한 부품이 거의 없다.

    배터리와 모터가 고장 나더라도 수리가 아닌 제조사에서 직접 교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조사와 소비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던 정비업자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비업계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춘천지역 소규모 동네 카센터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춘천시에 문의한 결과, 지난 2017~2020년 동안 춘천시에 신규 등록된 자동차 전문 수리업소가 폐업한 업소보다 더 많았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전문 수리업’은 동네 카센터 등 시설면적이 작은 정비업소를 가리키는 업종이다.

    연도별 춘천지역 전문 수리업소 등록현황은 △2017년 신규 2곳·폐업 4곳 △2018년 신규 3곳·폐업 4곳 △2019년 신규 2곳·폐업 7곳 △2020년 신규 7곳·폐업 7곳 등으로 집계됐다.

     

    춘천지역 자동차 전문 수리업 등록 현황(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자동차 전문 수리업 등록 현황(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내 동네 카센터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친환경 ‘반만 맞아’
    ‘무공해’라는 전기차의 타이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친환경자동차법의 전기자동차 구매지원제도에 관한 입법 영향 분석자료'를 살펴봤다.

    그 결과, 차량 주행 중 나오는 배기가스만을 고려하면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월등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차량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와 부품 제작에 드는 모든 에너지를 고려하는 웰투휠(Well-to-Wheel)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결과가 뒤집혔다.

    차량의 생산에서 폐기과정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총중량 1450㎏인 전기차 1㎞ 주행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49.12g으로 내연기관(44.55g)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국가의 전력생산방식도 전기차의 친환경성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전력생산의 99%를 수력발전이 수행하는 노르웨이나 70%를 원자력이 담당하는 프랑스의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른 환경개선 효과가 크다.

    반면 우리나라는 석탄 화력이 전력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있어 전기차 보급의 환경개선 효과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전기차=친환경’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전력 생산 방식부터 차량 생산 및 폐기 공정까지 친환경성을 담보해야 하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당 자료를 통해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지역적 친환경 달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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