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서] 3. 춘천 방울토마토 수확…한번 도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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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보고서] 3. 춘천 방울토마토 수확…한번 도전해 봤습니다.

    • 입력 2021.12.11 00:02
    • 수정 2021.12.13 00:03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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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베리아’(춘천과 시베리아의 합성어)에 동장군이 찾아왔다. 매일 영하권으로 떨어진다.

    이 계절은 농사일이 크게 바쁘지 않은 농한기다.

    춘천 농촌 지역은 코로나19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입국이 막히면서 인력난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문득 겨울철 춘천의 농촌 모습이 궁금해졌다. 한 해 동안의 농사 이야기를 현장에서 듣고 싶었다. 바로 농장 섭외에 들어갔다.

    “아이고, 우리는 이미 수확이 끝났는데…”, “땅이 얼기 전에 서둘러 수확했지!” 예상했던 대로 섭외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희망적인 말이 들려왔다. “비닐하우스로 재배하는 곳이면 될 수도 있어요. 주변에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MS투데이 취재진은 춘천 동면의 한 방울토마토 농장을 찾게 됐다.

     

    빨갛게 익어 가는 춘천 소양강 방울토마토. (사진=이정욱 기자)
    빨갛게 익어 가는 춘천 소양강 방울토마토. (사진=이정욱 기자)

    ▶‘소양강’ 방울토마토, 제가 따봤습니다.
    “아침은 너무 추우니까 12시쯤 와요. 점심 드시고 오고요. 안 드시고 와서 토마토 따 먹어도 돼요. (웃음)”

    전날 통화로 준비물을 묻자 준비물도 없으니 그냥 오라고 했다. 고민하다 ‘겨울에 농사일이니 얼마나 추울까?’ 하며 패딩 조끼를 챙겼다. 큰 오산이었다.

    약속 당일 농장을 방문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따뜻함과 습함이 느껴졌다.

    촬영을 위해 동행한 사진기자가 카메라에 찬 습기에 당황해하는 사이 농장의 주인인 김장환(59) 동면 지내3리 이장이 취재진을 맞았다.

    취재진이 찾은 농장은 원형 방울토마토만 재배하는 농가다. 춘천지역 농산물 공동 브랜드인 ‘소양강’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현장이다. 

    본지가 춘천시의 ‘2020년 기준 춘천시 특산물실태조사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기준 토마토 재배 농가는 356가구다. 그중 원형 방울토마토만을 재배하는 농가는 87가구다.

     

    김장환 동면 지내3리 이장이 내공이 쌓인 양손으로 토마토를 따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김장환 동면 지내3리 이장이 내공이 쌓인 양손으로 토마토를 따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이렇게 따면 돼요. 참 쉽죠.”

    김장환 이장은 장갑을 건넨 후 수확 시범을 보여줬다. 말대로 쉬워 보였다. 호기롭게 방울토마토 하나를 잡고 툭, 뜯자 꼭지까지 떨어져 버린 동그란 방울토마토가 손에 쏙 들어왔다.

    방울토마토의 꼭지를 보존하며 따는 방법에 대해 한차례 다시 강습을 받은 후 1시간 동안 서투른 수확이 시작됐다. 힘을 안 주니 잘 따지지 않았고, 힘을 너무 주면 토마토가 터질까 봐 겁이 났다.

    ‘톡톡’ 따는 재미는 있었다. 익숙해지지 않을 줄 알았던 손놀림도 조금씩 빨라졌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면서부터 점점 땀이 나고 말도 없어졌다. 김 이장의 “숭늉을 끓였으니 먹고 하라”는 말이 반갑게 들려왔다.

     

    MS투데이 취재진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MS투데이 취재진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서투른 손놀림. (사진=이정욱 기자)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서투른 손놀림. (사진=이정욱 기자)

    ▶가격 변동 심해 “안정적인 가격 중요”
    1시간 동안 기자는 약 7㎏의 방울토마토를 땄다.

    해당 농장은 수확기가 되면 일주일에 두 번 수확한다. 한 번 수확할 때 100박스 정도를 딴다. 1박스에 5㎏의 방울토마토가 들어간다. 수확한 방울토마토들은 서울 가락시장으로 가 경매가 이뤄진다.

    MS투데이 기자가 1시간 동안 수확한 방울토마토. (사진=이정욱 기자)
    MS투데이 기자가 1시간 동안 수확한 방울토마토. (사진=이정욱 기자)

    기자가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지난 9일 기준 가락시장의 방울토마토(상·5㎏) 평균 도매가는 1만8116원이었다. 기자가 수확한 7㎏을 계산해 보니 2만5362원어치를 딴 셈이다.

    출하가 많아지는 여름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된다. 6개월 전인 지난 6월 9일에는 방울토마토(상·5㎏)의 평균 도매가가 1만2099원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농작물을 망치거나 가격 변동이 심해질 때도 있다. 그렇게 되면 농가들은 큰 피해를 본다.

    또 하우스 재배의 경우 기름값이 오르는 상황은 치명적이다. 온도 조절을 위해 기름을 사용하는데, 기름값이 비싸지고 토마토 값은 싸지면 어쩔 도리가 없다.

    김장환 이장은 “안정적인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인력난도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 구인마저 어려워졌다.

    김장환 이장은 “여름의 경우 가족끼리 수확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며 “이제 외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져 지역 내 어르신들이나 파트타임 근무자들을 고용한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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