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사과 강요했다” 춘천 글로벌 기업 직장 내 따돌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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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사과 강요했다” 춘천 글로벌 기업 직장 내 따돌림 논란

    동료 다툼 지켜봤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
    공개사과 강요, 악의적 소문에 따돌림당해
    스트레스에 쓰러져 입원, 우울증 진단받아
    직장 내 괴롭힘 인정, 복귀했지만 변화없어
    사측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치 노력” 해명

    • 입력 2021.08.25 00:01
    • 수정 2021.08.26 07:09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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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직장 상사가 동료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1시간 넘도록 강요했습니다.”

    춘천의 한 글로벌 기업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이모(46) 씨는 지난 2019년 7월 동료직원 130여 명 앞에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해야 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 두 명이 말다툼했는데, 이를 지켜봤다는 이유였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일로 회사 직원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악의적인 소문까지 퍼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이 씨는 결국 사건 발생 두 달 뒤인 같은 해 9월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동료 다툼 목격만으로 공개사과

    이 씨에 따르면 사건은 같이 일하는 동료 김모 씨와 양모 씨가 다투면서 시작됐다. 이 씨를 제외한 2명이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며 언성을 높인 것이다. 상황을 보고받은 A 차장은 이들을 불러놓고 “화해를 하든지 아니면 3명 모두 회사를 나가라”고 했다.

    다툼 당사자 중 한 명인 김 씨는 퇴사를 선택했다. A 차장은 회사에 남은 이 씨와 양 씨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싸움이 일어났으니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 다툼과 관계가 없었던 이 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A 차장의 지시에 따랐다.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A 차장은 이들에게 “모든 직원을 불러 모으겠다”라며 “공개된 자리에서 사과하라”라고 했다. 이 씨는 “이미 경위서를 쓰고, 팀을 옮기는 벌칙을 받았는데 공개사과는 지나친 처사”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A 차장은 “벌은 벌을 주는 사람 마음”이라면서 1시간 넘게 공개사과를 강요했다. 결국, 이 씨와 양 씨는 생산직 직원 130여 명 앞에서 사과를 해야 했다.

    공개사과 이후 회사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씨와 양 씨가 김 씨를 괴롭히고 회사에서 내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이 무렵부터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고, 스트레스가 누적된 이 씨는 일하는 도중 쓰러졌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울증 진단

    병원에 입원한 이 씨는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상사의 퇴사 강요와 공개사과 요구, 동료직원들의 따돌림 등으로 이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우울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이 씨는 진단서를 첨부해 회사에 휴직을 신청하고,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진정을 넣었다. 노동부 강원지청은 지난 1월 A 차장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 피해자인 이 씨와 가해자인 A 차장을 분리조치 하라고 사용자 측에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씨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하고, 회사 측에 개선 지도 공문을 보냈다. (사진=이씨 제공)
    고용노동부는 이씨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하고, 회사 측에 개선 지도 공문을 보냈다. (사진=이씨 제공)

    하지만 지난 2월 복직한 이 씨는 여전히 A 차장을 마주쳐야 했다. 분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또다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 이 씨는 지난 6월 일하던 중 다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이 씨는 “저는 동료직원들과 다투지 않았고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공개사과를 강요당했다”라면서 “그 충격으로 1년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런데도 회사는 가해자인 A 차장과 분리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미안하다고 사과, 분리조치 노력”

    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A 차장은 “작업 현장에서 소란이 벌어졌기 때문에 관리자로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것뿐”이라면서 “사내 자체조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인정한 후에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라면서 “지난 3월 이 씨가 회사에 복직했을 때 찾아가서 지난 일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씨가 복직한 이후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인사권은 회사에 있는 것이라서 잘 모른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당 기업 인사담당자는 “현실적으로 A 차장을 다른 곳으로 이동 조치할 상황이 아니었다”라면서 “새롭게 이사를 채용해 A 차장과 이 씨를 분리할 계획이었고, 현재는 분리조치가 이뤄졌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회사에 강제할 수 없어, 사건은 종결

    해당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은 “이 씨가 공개사과에 대해 충분히 거부 의사를 표시했고, 징계에 대한 다른 방법이 있었음에도 강제한 점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가 주장하는 데로 회사가 A 차장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등 분리조치가 완벽하게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사용자 측이 나름대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하겠다고 소명해 사건은 종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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