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특별기획] 1. 춘천 점자블록, 오히려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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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특별기획] 1. 춘천 점자블록, 오히려 안전 위협
  • 배상철 기자
  • 댓글 0
  • 승인 2021.04.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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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점자블록 두드려 길 찾아
허술한 설치로 안전 문제 발생 위험↑
“시각장애 대한 이해도 높여야” 조언
후평동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차도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배상철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후평동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차도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배상철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후평동에 설치된 점자블록을 따라 길을 걷던 시각장애인 A(28, 후평동)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점자블록의 안내를 따라 가다 달려오는 자동차에 치일뻔한 것이다. 알고 보니 점자블록이 인도를 걷고 있던 A씨를 차도로 인도하고 있었다. 이날 이후 A씨는 점자블록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밖에 나가는 일을 꺼리게 됐다.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 춘천시외버스 터미널을 찾은 시각장애인 B(43, 온의동)씨. 버스에 오르기 전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점자블록을 따라 걷던 B씨는 커다란 물체에 머리를 부딪쳤다. 화장실을 안내하는 점자블록 한 가운데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있었던 탓이다. 화장실을 찾아 헤매던 B씨는 지나가는 시민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춘천에 설치된 일부 점자블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이 살만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전국 최초로 '장애 인지적 정책조례'를 제정한 춘천시를 무색하게 하는 부분이다.

⬛춘천 시각장애인 1516명…점자블록이 ‘눈’

통계청 장애인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춘천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인구는 1만5639명으로 춘천시 인구(28만640명)의 5.57%에 달한다. 춘천시민 100명 중 5명꼴이다. 이 가운데 1516명이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지팡이로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을 두드려 길을 찾는다. 때로는 발바닥의 감각을 이용해 점자블록을 해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점자블록이 파손돼 방향을 파악할 수 없게 되거나 잘못된 정보로 이해하게 되면 혼란에 빠지곤 한다.

 

춘천에 설치된 점자블록 곳곳이 파손돼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에 설치된 점자블록 곳곳이 파손돼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점자블록은 방향을 표시하는 ‘선형 블록’과 위치를 표시하는 ‘점형 블록’으로 나뉜다. 가로세로 30cm인 블록 안에 네 갈래의 선이 양각된 것이 선형 블록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이 블록을 따라가며 길을 찾는다.

그러다 36개의 점이 양각된 블록인 점형 블록을 만나면 일시 정지하게 된다. 점형 블록은 보통 인도가 끝나고 차도로 이어지는 지점이나 건널목 앞처럼 신호를 기다려야하는 지점에 설치된다.

지난해 4월 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점자블록 설치 방법이 명시돼 있다.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만큼 잘못 설치될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춘천지역 설치된 일부 점자블록, 오류 일으켜

하지만 춘천지역 곳곳에 설치된 일부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후평동의 경우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을 차도로 안내했고 그곳에는 멈춤을 알리는 점자블록은 없었다.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구간이어서 시각장애인이 아무런 의심없이 발을 내디뎠다가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보였다.

보도블록이 새로 깔리면서 점자블록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다. 후평동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A씨는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벽이 생긴 느낌”이라면서 “주변에 점자블록이 없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후평동 현대4차 아파트 인근에서 보도블록 교체작업이 진행됐지만 기존 구간에 설치됐던 점자블록이 끊기면서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후평동 현대4차 아파트 인근에서 보도블록 교체작업이 진행됐지만 기존 구간에 설치됐던 점자블록이 끊기면서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건널목이 버젓이 있지만, 점자블록이 건널목으로 길을 안내하지 않아 한참을 돌아가야만 하는 구간도 있었다. 걸음이 느린 시각장애인을 더 힘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점자블록이 파손되거나 중간중간 빠져있는 곳이 많았다.

차량이 인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설치한 구조물들이 점자블록 한가운데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각장애인 박성수(59,우두동)씨는 “시각장애인의 보행권과 보행자의 안전권이 상충하는 문제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점자블록이 많아 하나하나 매번 관리할 수 없지만 파손되거나 문제가 있는 곳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보수하고 있다”며 “특히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들어온 곳을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자블록에 설치된 구조물에 대해선 “시각장애인이 통행하는데 불편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등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실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설치된 점자블록 일부는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발로 밟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시각장애인은 다리에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고, 시민들 역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셈이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점자블록을 밟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점자블록을 밟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취재가 시작되자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측은 “시설 개선 등 먼저 처리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느라 점자블록에 신경쓰지 못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 이해 필요…기본에 충실해야”

전문가들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애초에 점자블록을 제대로 설치하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장은 “점자블록을 충분히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어떻게 이용하고 이해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고려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연구원은 “점자블록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춘천시는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장애 인지적 정책조례를 제정해 모든 정책 수립과정과 시행에 장애인 관점이 의무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등 장애인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전통시장에 시각장애인 점자 표시판을 설치하는 등 맞춤형 장애인 정책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배상철‧조아서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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