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강원교육을 위한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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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강원교육을 위한 다른 생각

    • 입력 2024.04.24 00:00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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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강원특별자치도 시대, 강원교육은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강원교육 위기는 학생 수 감소나 학력저하 보다는 교육의 본질을 개선할 정책과 현장 교육을 이끌 리더쉽 부재에 있다. 세계의 학교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지적성장의 경험을 갖도록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는 지금에도 강원도의 교육정책은 시험을 몇 번 볼 것인가,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에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매달려 있다. 메이커스페이스, 인공지능, 로봇공학, 디자인씽킹, 창작예술, 멀티미디어 학습이 대세가 된 요즘에도 강원도 학교에서는 시험성적을 올리고 옆 친구를 능가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가르친다.

    위기의 순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시작할 때이다. 먼저 똑같은 교육, 교복, 시간표를 깨는 교육을 구상해야 한다. 경쟁은 추구하는 바가 같을 때 발생한다. 목표가 다르면 경쟁할 이유도 없다. 한가지 목표를 두고 경쟁하기보다 다양한 삶의 가치를 쫓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마다 목표가 다르고, 교재가 다르고, 내용이 다르고, 진도가 다르면 사교육 번창도 막을 수 있다. 더 이상 시대가 요구하지 않는 능력을 기르는 헛수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강원도의 학교는 전면적으로 새롭게 재구조화해야 한다. 30명 이하의 학교는 모두 통폐합하여 적정규모 학교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경쟁, 협력, 공감, 타협, 공동체 의식, 책임감 등을 배운다. 텅 빈 교실을 타 시·도 학생으로 채워 학교를 유지하고 학생수보다 교직원수가 많은 학교가 늘어나는 것을 방치하는 일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편법과 무책임의 증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학교가 어른들의 현실 안주의 장소가 되어버린 현실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학교를 옥죄는 다양한 관습, 전례, 법규를 개선하는 것도 늦출 수 없다. 강의 중심의 수업, 정답이 지배하는 교실, 순위를 매기는 시험, 엄격한 각종 규칙을 과감히 탈피해 보자. 학습공간을 학교 밖 현실 세계로 넓히고, 외국어 학습을 위한 해외 체험 기회를 늘리며, 휴학과 복학을 자유롭고 간편하게 해 보자. 교사와 학생들에게 자율권을 주어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되면 교육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청소년기를 골방이나 실내에 가두지 말고 길 한복판, 세계오지, 세상의 중심지로 아이들을 보내보자.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의 능력과 열정에 달려 있다. ‘대체 불가능한’ 교사가 있을 때 학교는 변한다. 온갖 관료주의적 요구 거리를 만들어 현장교사들의 열정을 가로막는 행정부터 과감히 없애자. 뛰어난 교사를 파격적이면서도 정중하게 대우하며 이들이 자아실현 길을 가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지레짐작하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일자리를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업무로 과감하게 바꾸어 보자.

    현실과 싸우는 식으로는 절대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뭔가를 변화시키려면 기존 모델을 쓸모없게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세상은 변하는데 마차에 앉아 마부를 독려하고 말에게 먹이를 더 많이 주고 더 좋은 마차 바퀴를 갈아 봤자 자동차나 비행기에 미치지 못한다. 직업구조가 바뀌고, 사회구조, 생활구조, 가치관이 바뀌는 미래에 대비해 사회변화의 씨앗을 뿌릴 토양으로 학교만큼 좋은 곳이 없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혁신,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 [최광익의 교육만평]은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필진과 함께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가겠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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