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의협회장, '조건없는 대화' 제안에 "논평할 가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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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의협회장, '조건없는 대화' 제안에 "논평할 가치도 없어"

    "의사에 나쁜 프레임 씌우는 정치인, 환자들애 잘 설명해 낙선운동할 것"
    "노인 건강상태 좋아져 고령화로 인한 수요 폭증 없을 것"증원 백지화 강조
    "ILO에 개입 서한 받아…정부 '절차 종결됐다'던 말은 대국민 사기극"

    • 입력 2024.03.29 16:57
    • 기자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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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의협회관에서 연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의협회관에서 연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대해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의사에 나쁜 프레임 씌우는 정치인들에 대해 적극 설명해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도 밝혔다.

    임 당선인은 29일 의협 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협이 여러 가지 전제를 달고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전제를 가지고 하면 대화가 쉽지 않다"며 "먼저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당선인은 "일고의 논평할 가치도 없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분명히 증원을 원하지 않으며, 필수의료 패키지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두 가지는 완전 폐기돼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임 당선인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 질과 접근성을 들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빠른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능력이 뛰어난 전문의로부터 진료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동네에만 나가도 전문의에게 금방 진료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며 "OECD 평균 의사 수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폭증"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임 당선인은 "예전에 비해 노인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고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건강상태가 좋다. 의료수요가 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과학자·공학자들이 떠나고 있는데, 의대만 볼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그림을 보며 인재 운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의사는 도둑놈, 사기꾼, 부도덕한 존재, 이기적인 집단 이런 프레임을 씌우는 나쁜 분들이 있다"며 "이런 정치행위가 지속될 때는 타기팅해서 우리가 진료현장에서 만나는 국민들한테 적극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종의 낙선운동"이라며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분들과 의사의 신뢰관계는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부정하며 "색안경 낀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임 당선인은 "이 상황 자체는 "전공의, 의대생, 교수나 다른 직역 의사들이 만든 위기가 아니라, 정부가 만든 위기"라며 "이 사태의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는 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의대 증원) 2천명 양보 못한다는 건 확고한데, 이건 국민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 룰렛'(목숨을 건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정부·여당은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훨씬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우리가 돌아가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마무리를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 주변 참모와 관료들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 주변에서 전공의들이 왜 의료현장을 떠났는지 의료 문제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 사태가 일어난 것 같다"며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을 재차 지목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임 당선인은 당선 확정 직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는 '대화 전제 조건'을 내세운 바 있다.

    임 당선인은 이날 오전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대통령 주변의 '십상시'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 주변의 '십상시'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좀 바른 판단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십상시(十常侍)는 중국 후한 말 영제 때에 정권을 잡은 열명의 환관으로, 황제가 정치에 관심이 없도록 주색에 빠지게 만들고 정권을 농단했다.

    임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한국 정부에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도록 개입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해당 서신을 공개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지난번 '전공의단체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해당 절차가 종결됐다'고 밝힌 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의 29호 협약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개입 요청 서한을 보냈지만, 노동부는 "대전협은 노사 단체가 아니어서 ILO가 자체 종결 처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전협은 개입을 재요청했는데, ILO가 이것을 받아들여 정부에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당선인은 "사직한 전공의들 중 어린 자녀의 기저귀·분윳값조차 감당이 안 돼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며 "정부의 사직 수리 금지 명령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해당 절차가 개입보다는 '의견 조회'에 가까우며 업무개시명령은 협약 예외조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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