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낼 돈이 어딨어요”⋯청년 2명 중 1명 부모 집에 얹혀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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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 낼 돈이 어딨어요”⋯청년 2명 중 1명 부모 집에 얹혀산다

    성인 된 후에도 부모에 경제적 지원받는 ‘캥거루족’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 55%
    경제력 고갈로 노후준비 어려움 겪는 부모 세대

    • 입력 2024.03.17 00:09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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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집에서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집에서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 달에 50~60만원이 그냥 깨지는데, 뭐하러 나가겠어요”

    올해로 30대가 된 주모씨는 평생을 후평동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아왔다. 지난해 2년간의 긴 취업 준비를 끝내고 원하던 직장에 합격했지만, 여전히 독립할 계획은 없다. 신입 급여만으로는 주거 비용과 생활비 등 매달 50~60만원 가량의 고정 지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4살 차이가 나는 주씨의 누나는 서울에서 직장을 얻어 월 70여만원의 주거비를 내고 살고 있다. 주씨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누나를 보면 더더욱 집을 나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을 만들 때까지 버티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독립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2000~2020 우리나라 청년세대 변화’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은 약 532만명으로, 전체의 55.3%를 차지했다. 청년 중 절반은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이다. 
     

    청년세대 연령별 거주가구유형. (그래픽=통계청)
    청년세대 연령별 거주가구유형. (그래픽=통계청)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세대는 △2000년 46.2% △2005년 49% △2010년 51.2% △2015년 58.4%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9~24세가 45.7%로 가장 많았지만, 사회에 나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25~29세와 30~34세도 각각 35%, 19.4%로 적지 않았다. 실제로 캥거루족 가운데 53.6%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66.4%가 학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캥거루족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지원을 하는 부모세대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은퇴 후에 노후를 챙기기도 빠듯한데 자녀들에게도 계속 도움을 줘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정년퇴직을 한 양모(60)씨는 “직장을 더 다닐 수 없는 상황에서 자녀에게 계속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도 독립하기 어려운 처지의 자녀가 사회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혼을 앞둔 자녀가 집값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면 부모로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캥거루족 현상이 늘면서 부모세대의 노후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랜 기간 자녀를 돌보면서 노후에 써야할 비용을 자녀들에게 지출하고, 결국 고갈되면 다시 자녀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결국 가정의 갈등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30~40년 전엔 자식을 결혼 전까지 부양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나중에 보상을 받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지금은 사회가 달라졌다”며 “자식이 부모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사라진 지 오래인 만큼, 경제적 보상을 받으리라는 기대도 없이 부모는 계속 희생만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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