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여고 앞 토스트 팔던 사장님의 ‘추억의 감성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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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여고 앞 토스트 팔던 사장님의 ‘추억의 감성 햄버거’

    [동네사장님] 16. 5일장햄버거 춘천점
    팬데믹으로 토스트 가게 폐업 후 재도전
    춘천서 2개 점포 운영하는 서경석 사장
    넉넉한 버거처럼 따뜻한 마음 나눠

    • 입력 2024.03.18 00:0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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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우동착’ 맛집 순위에서 항상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햄버거 가게가 있다. 어린 시절 학교 매점이나 전통시장에서 맛보던 추억의 맛, ‘양배추 사라다’가 듬뿍 들어간 햄버거를 파는 ‘5일장햄버거 춘천점’이다.

    서경석(47) 사장은 2022년 12월 한림대 인근에 자리를 잡고, 춘천에선 처음으로 5일장햄버거의 문을 열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처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유명 아이돌이 광고하는 대형 햄버거 체인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가게다. 하지만, 지갑은 얇고 배고픈 학생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가게로 입소문이 나면서 어느새 햄버거 명소가 됐다.

     

    5일장햄버거 춘천점은 ‘우동착’ 플랫폼 맛집 순위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5일장햄버거 춘천점은 ‘우동착’ 플랫폼 맛집 순위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서 사장은 골목상권을 지키던 자영업자였다. 코로나19로 생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5일장햄버거를 창업하기 전 운영했던 토스트 가게는 팬데믹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업종이 비슷한 햄버거였다. 첫 매장이 성공을 거두면서 강원대 앞에도 매장 하나를 더 냈다. 15일 서 사장을 만나 코로나19를 이겨낸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춘천에서만 2개 매장을 운영하신다고요.

    2022년 12월에 5일장햄버거 춘천점이 문을 열었으니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네요.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좋아서, 바로 2호점을 내기로 하고 지난해 4월부터 강원대점도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1호점을, 아내가 2호점을 맡고 있습니다.

    5일장햄버거는 가맹본부가 있는 프랜차이즈이지만, 다른 지역 가맹점들은 배달 전문이나 기존 가게에서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처럼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점포는 60여곳 정도로 규모가 작은 브랜드죠. 춘천에서 3년 안에 매장을 3~4곳을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가맹본부로부터 춘천지역 가맹 독점권을 약속받았어요. 춘천에서만큼은 5일장햄버거를 제1의 햄버거 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춘천에서 5일장햄버거 매장 2곳을 운영하는 서경석(47) 사장.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에서 5일장햄버거 매장 2곳을 운영하는 서경석(47) 사장. (사진=권소담 기자)

    Q. 창업 메뉴로 햄버거를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미군 부대 영향으로 춘천에는 어릴 때부터 햄버거를 먹었다는 중년층들이 많아요. 유명한 수제버거 전문점들도 있고요. 지역에서 친숙한 메뉴를, 좀 더 부담 없는 가격에 넉넉한 양으로 제공할 수는 없을까 고민한 결과입니다. 5일장햄버거는 단순하고 간편하면서도 푸짐하거든요.

    Q.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맛이 있다면요?

    5일장햄버거의 강점은 빵과 고기 패티에 있어요. 패티는 호주산 와규 소고기를 떡갈비 형태로 만들어서 육즙이 살아있죠. 빵은 브리오슈 번을 써서 폭신한 식감이고요. 버거를 만들면서 매번 빵을 구울 때마다 기분이 좋을 정도로요. 어릴 때 장날에 사 먹던 정겨운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대표 메뉴는 ‘빅더블오일장버거’입니다. 요즘 외식하려면 한끼에 최소 8000원은 들잖아요. 이보다 저렴하게 햄버거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본사에 건의해 고기 패티가 2장 들어간 ‘더블버거’를 출시했어요. 단품은 7200원인데, 우동착 10% 할인을 적용하면 6480원이에요. 감자튀김과 음료를 포함한 세트는 원래 1만2000원인데, 우동착으로 20% 할인 받으면 8160원으로 저렴합니다. 그런데 양은 엄청나죠.

     

    호주산 와규로 만든 패티와 브리오슈번, 양배추 등으로 구성된 5일장햄버거. (사진=5일장햄버거)
    호주산 와규로 만든 패티와 브리오슈번, 양배추 등으로 구성된 5일장햄버거. (사진=5일장햄버거)

     

    Q. 전에는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셨다고요.

    2019년 동면 만천리 춘천여고 앞에서 ‘토스트 잘하는 집’이라는 가게를 열었어요. 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사관으로 입대한 소위 ‘IMF 군번’인데요. 당시 입대자가 너무 많다보니 장기복무 전환을 못했어요. 그리고 쇼핑몰 사업에 도전했다가 크게 실패하는 등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파산까지 경험하고 정말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였는데, 3년 만에 재기해서 차린 게 토스트 가게였죠.

    춘천여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사랑받는 가게였어요. 보람도 있었고요. ‘이 정도면 그동안의 고생도 씻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거예요. 창업 2년째부터는 월세도 못 내고, 퀵 배달 등 ‘투잡’을 뛰면서 버텼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2022년 폐업했고요.

    Q. 햄버거로 새출발을 하신거군요.

    남들보다 가진 건 없지만, 특색있는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여기서 좌절하면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었죠. 그런데 5일장햄버거를 개업하자마자 ‘옛날 감성 햄버거’로 지역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3개월 만에 2호점을 내게 된 거예요.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근처에 위치한 5일장햄버거 춘천점. (사진=권소담 기자)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근처에 위치한 5일장햄버거 춘천점. (사진=권소담 기자)

     

    Q. 배달 할 때도 사장님만의 철학이 있다면서요.

    비닐봉지 대신 종이가방에 음식을 넣어 배달합니다. 감자튀김 포장도 친환경 종이를 이용하고요. 음식을 받아서 꺼냈을 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손님들에게 드리고 싶어요. 이런 디테일에 정성을 담으려고 하는 거죠.

    Q. 지역 아동센터에 먹거리 후원도 한다고 들었어요.

    아직 어린 자녀가 있고, 부부가 모두 가게 일을 하다보니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아동센터에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가족이 받은 도움에 대한 감사함을 조금이나마 나누려고, 월 1회 지역 아동센터에 햄버거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Q. 춘천에 햄버거 브랜드가 많아요. 다음 목표는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려고 해요. 1명이 10명의 다른 손님을 데려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팬데믹 기간 혼자 가게에서 우두커니 손님을 기다리는 때가 많았어요. 이때 경험으로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손님이 와도 기대에 부응할 수 없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제 인건비를 생각하지 않고, 가게에 투자하고 있어요. 손님들에게 선택받았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언제든 손님이 맛있는 음식을 드시고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항상 준비돼 있으려고 해요. 수년 내로 춘천에 4~5개 점포를 운영하는 게 목표입니다. 춘천 시민분들이 적어도 한번은 제가 만든 버거를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차근차근 준비해서 언젠가는 제 이름을 건 외식 브랜드를 출시하는 게 꿈입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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