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데 쓰러지면 어쩌나”⋯안전 사각지대 24시간 무인 헬스장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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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없는데 쓰러지면 어쩌나”⋯안전 사각지대 24시간 무인 헬스장 곳곳에

    춘천 곳곳에 불법 24시간 무인 헬스장 영업
    전문체육지도자 일부 시간에만 상주
    부산지역 무인 헬스장서 운동하던 여성 숨져
    시 “단속 늘리지만 현장 적발 어려워 한계”

    • 입력 2024.03.15 00:09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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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한 무인 24시간 헬스장 내부.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의 한 무인 24시간 헬스장 내부.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 곳곳에 시설 관리자가 없는 24시간 무인 헬스장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이용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하지 못해 안전관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로컬데이터에 따르면 춘천지역 체련단련장업으로 신고된 곳은 총 99곳으로 이 중 무인으로 운영되는 헬스장은 8여곳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체육지도자가 없는 헬스장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이들 헬스장은 ‘무인’ ‘24시간’ 등을 내세워 영업 중이었다.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체육단련장업으로 신고된 곳은 운동전용면적이 300㎡ 이하인 경우 전문체육지도자가 1명 이상 상주해 있어야 한다. 혹시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대부분 업장에서는 일부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트레이너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취재진이 지난 14일 방문한 우두동의 한 무인 헬스장 트레이너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수업 때문에 나오지만, 그 외 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안내가 쓰여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도자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안내가 쓰여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내부에는 런닝머신, 덤벨 등이 놓인 10여개의 운동 기구가 놓여있었고, 사용 설명서는 보이지 않았다. 고중량의 무게를 사용하는 운동 기구도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상주하고 있던 트레이너는 “혼자 운동하다가 허리를 삐끗하거나,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면서도 뚜렷한 예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무인 헬스장이 성행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이용이 꼽힌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무인 헬스장의 1일권 가격은 8000원으로, 보통 15000~30000원가량 하는 보통 헬스장보다 2배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내부에서 운동하던 회원도 “아무 눈치도 안 보고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 새벽에도 혼자 나와 운동한다”고 말했다. 
     

    춘천지역 한 무인 24시간 헬스장의 홍보문구.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지역 한 무인 24시간 헬스장의 홍보문구. (사진=오현경 기자)

     

    하지만, 최근 무인 헬스장에서 사망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지자체의 단속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최근 부산의 한 24시간 무인 헬스장을 이용하던 50대 여성이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유가족은 연락이 여성이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헬스장을 찾아가 발견했다. 당시 헬스장에는 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유성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운동에 미숙하거나 심혈관계 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 무게를 들어올리는 저항운동을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보통 헬스장에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응급처치가 가능한 기계를 두는데, 무인매장의 경우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자체에서도 단속을 늘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뚜렷한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춘천시 체육과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기 전 먼저 일제 조사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단속에 나가더라도 현장 적발이 어려워 계도 수준으로 처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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