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차라리 없애라”⋯80조원 까먹은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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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① “차라리 없애라”⋯80조원 까먹은 '시한폭탄'

    [위기의 국민연금] 2055년 기금 고갈 위기
    지난해 최악 수익률에 국민 반감 절정
    연금 개혁도 표류
    국회 연금특위, 보험료율 인상폭도 제시 못해

    • 입력 2023.04.06 00:03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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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무려 80조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2055년이면 기금이 바닥난다는 재정추계 결과마저 나왔다. 이런 막대한 손실이 반복되면 고갈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겠다던 창대한 시작이 한없이 초라해졌다. 국민 애물단지로 전락한 국민연금의 위기와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국민연금 최대 납부액인 49만7700원을 내고 있어요. 국민연금 앱에 들어가봤더니 65세가 되면 받는 예상 금액이 월 104만원 정도랍니다. 2002년 처음 가입할 때만 해도 290만원이 넘었는데 소득대체율이 조정되면서 1년에 10만원씩 줄더라고요. 앞으로 더 낮아지면, 용돈 수준이 될 텐데 이거 받자고 가입했나 싶네요.” (회사원 윤병수·44·가명)

    “세금처럼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90년대생부터는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걱정됩니다. 차라리 국민연금을 없애고 개인이 재테크를 하든 연금에 가입하든 하는 게 낫습니다.” (자영업자 이성욱·31·가명)

    국민연금 위기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개혁을 떠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온다.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온 문제지만, 최근 역대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국민들의 불만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연금을 수령 할 수 있는 ‘안정권’인 40~50대부터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 만기가 되는 20~30대 청년까지 모든 세대가 국민연금을 회의적으로 본다.

    그러나 제도 개선을 위해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보험료율, 가입 상한과 수급 개시 연령을 모두 올려야 한다는 원칙만 세운 채 뚜렷한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러는 사이 국민연금이 지난해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정적 인식이 더 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9조 6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서울시의 1년치 예산(약 47조원)의 2배에 맞먹는 돈을 날린 셈이다.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8.5%로 199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발생한 2018년(-0.92%)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0.18%) 때도 손실 정도가 이렇게 크지 않았던 터라 국민이 받는 충격도 크다.

    회사원 김영신씨(32·가명)는 “저렇게 운용이 불안하면, 차라리 적금 넣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도 수익을 확신하기 어려운데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무조건 탈퇴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손실로 950조원을 바라보던 기금 운용 규모도 9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도 기존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지난달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재정추계전문위)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까지 증가해 최대 1755조원에 이르렀다가 2041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55년에는 모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3년부터 1~4차에 걸쳐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해왔다. 이때마다 기금 고갈 시점이 점점 빨라지면서 1990년대생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예측이 나왔고, 이번 5차 추계에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연금 개혁 논의도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기금 소진 이후 연금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선 부과방식 보험료율을 2055년 26.1%에서 2080년 34.9%까지 높여야 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문제는 현재로선 이렇다 할 해결 방법이 딱히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연금을 낼 수 있는 인력풀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과 혼인율을 늘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 되지만 오래 걸리고,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김성권·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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