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손뜨개 키트, 하울링 박정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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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손뜨개 키트, 하울링 박정현 대표

    • 입력 2020.05.23 06:55
    • 수정 2023.09.07 12:51
    • 기자명 방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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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20일 오후 춘천 효자동에 위치한 하울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정현 대표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사진=방정훈 기자)
    20일 오후 춘천 효자동에 위치한 하울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정현 대표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사진=방정훈 기자)

    최근 슬로우라이프 열풍이 불면서 핸드메이드 제품 만들기에도 붐이 일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과거에는 중장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손뜨개 분야도 수요층과 종류도 점차 다양·전문화돼 가는 중이다.

    이 가운데 핸드메이드로 다양한 의류와 소품을 만들 수 있는 손뜨개 도구부터 도안·동영상 등이 포함된 키트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하울링'이라는 기업이 춘천에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단순한 이윤 추구보다는 지역민과의 공생과 고객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업체로 인정받아 최근에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일 오후 춘천 효자사거리 근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박정현(33) 하울링 대표는 '느려서 더 소중한 순간'이라는 의미의 네이밍 '슬로우모먼츠'를 브랜드로 내걸고 손뜨개 키트를 전문적으로 개발·판매 중이다.

     

    슬로우모먼츠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표 상품들. (사진=슬로우모먼츠 홈페이지)
    슬로우모먼츠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표 상품들. (사진=슬로우모먼츠 홈페이지)

    완제품이 아닌 의류, 가방, 모자, 드림캐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와 도안, 동영상 강의를 제공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만들면서 소소한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들의 기업관이다.

    상품은 최근 트렌드에 맞게 화려함보다는 심플하면서도 네추럴한 색감 위주의 디자인을 추구한다. 디자인 개발 역시 종류의 다양성보다는 디테일함과 품질을 우선시한다는 마음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저희는 디자인 제작과 CS, 동영상 강의 등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맡고 있기 때문에 외주로 진행하는 기업과 비교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진=슬로우모먼츠 유튜브 채널)
    (사진=슬로우모먼츠 유튜브 채널)

    실제로 약 200여개의 손뜨개 키트 모든 상품에 기본적으로 디자인 도안을 포함, 뜨개질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대부분 완성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여기에 100여개의 제품은 유튜브 강의 동영상까지 제공해 초심자들도 배우면서 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핸드메이드 제품 특성상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디자인 모두를 노출하는 것임에도 박 대표는 과감하게 이윤보다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택했다.

    그는 "저희는 고객이 손뜨개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상품을 기획한다"면서 "누구나 처음하는 사람도 저와 같이 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코지캐빈 블랭을 만들 수 있는 키트(사진=방정훈 기자)
    코지캐빈 블랭을 만들 수 있는 키트(사진=방정훈 기자)

    또 "제가 하는 일의 장점은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점"이라면서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제품을 SNS에 자랑하고, 지인들의 칭찬에 기뻐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저희 상품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따뜻한 마음은 창업 후 지금까지 매출로도 드러났다. 2016년 창업 초기부터 매년마다 약 2배의 성장세를 이룬 것. 최근에는 유명 손뜨개 유튜버가 슬로우모먼츠의 제품을 소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같은 박 대표의 행보는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한 '하울링'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2016년 이전까지 마케팅 업종에서 일하던 그는 어릴 적 할머니에게 배운 손 뜨개질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 '하울링'을 차렸다. 

    슬로우모먼츠에서 제작한 키트로 만든 제품들. (사진=슬로우모먼츠 인스타그램)
    슬로우모먼츠에서 제작한 키트로 만든 제품들. (사진=슬로우모먼츠 인스타그램)

    이후 지역 내 중장년 여성들에게 뜨개질 수업은 물론 이들이 만든 제품의 유통·판매까지 책임지며 지역사회에 공헌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춘천 지역 동부노인복지관과 협업을 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에게 손뜨개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직접 생산된 넥워머는 펀드 목표액의 약 160%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수익금은 어르신들에게 전달했지만 어르신들 역시 이를 전부 기부, 사회적 기업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웠다.

    박 대표는 이외에도 직접 온라인 창업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상세페이지 제작 및 사진 촬영 등 쇼핑몰 구축을 지원했다. 현재는 지역 여성들이 제작한 디자인을 유통해 판매 시마다 저작권 개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그는 "추후에는 지역 여성들의 핸드메이드 온라인 사업 진출에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도움이 되고자 사진 촬영에 대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하려 한다"면서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무엇보다 상품을 예쁘게 찍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울링 사무실 전경. (사진=방정훈 기자)
    하울링 사무실 전경. (사진=방정훈 기자)

    박 대표는 기존의 니트 상품과 함께 라탄 섬유을 이용한 뜨깨질 키트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유럽, 미국, 러시아 등의 판로 확대를 위해 아마존 등 글로벌 마켓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차적으로 재료 등을 판매하고 도안의 경우 번역 작업 후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는 "사업이라는 것은 위기의 연속"이라면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기른 후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요즘은 무작정 시작하시는 분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전문성이 없이 시작했다면 최소한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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