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② 쿠폰으로 연명⋯계륵으로 전락한 ‘일단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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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② 쿠폰으로 연명⋯계륵으로 전락한 ‘일단시켜’

    [무용지물 일단시켜] ②존폐 기로에 놓인 공공배달앱
    취지 얼룩져 사용자는 체리피커뿐
    점유율 1.5%, 예산 낭비 지적
    가맹 이유 없어, 점주조차 “없애야”

    • 입력 2023.07.27 00:02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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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시켜는 매주 금요일마다 ‘금요미식쿠폰’을 뿌린다. 1만5000원 이상 결제하면 5000원을 할인해주는데, 일주일에 단 하루 일단시켜 주문이 들어오는 날이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지자체들은 이런 쿠폰을 매주 이용자들에게 준다. 할인쿠폰 비용은 주민들이 내는 세금에서 나온다.

    이를 잘 아는 ‘애용자’들은 이날만 특별하게 일단시켜를 쓴다. 후평동의 치킨집 사장은 “금요일에만 쿠폰을 적용한 주문이 5~6건 들어온다. 다른 요일에는 일단시켜 주문 벨이 울리면 가맹점주도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가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배달앱과 비교하면 일단시켜는 더욱 초라해진다. 이 치킨집의 한 달 매출 4500만원 중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의 73.0%인 3300만원 수준이다. 이 중 배달의민족에서 2800만원(85.0%), 요기요·땡겨요 등에서 450만원(13.5%)의 매출이 발생했다. 일단시켜 점유율은 1.5%밖에 안 된다. 순수익으로 따지면 10만원(매출 대비 20%로 가정)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 사장은 “배달 주소를 보면 일단시켜 할인 쿠폰을 사용하는 손님은 항상 정해져 있다. 잘 아는 일부 시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일단시켜가 쿠폰만 활용하는 일부 체리피커(실속만 빼먹는 소비자)의 호구 앱이 된 셈이다. 

     

    춘천 후평동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지난달 배달앱별 매출 비중. 일단시켜 점유율은 1.5% 수준에 그쳤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 후평동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지난달 배달앱별 매출 비중. 일단시켜 점유율은 1.5% 수준에 그쳤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같은 가게인데⋯일단시켜 리뷰는 157개, 배민은 1133개

    전문가들은 일단시켜가 지자체 예산에 기댄 운영방식이라 소비자를 모으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민간 배달앱에 비해 쿠폰·할인 혜택도 적은 데다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마케팅 전략도 민간 앱을 따라가기 힘든 실정이다.

    규모의 우위와 편의성에 밀리다 보니 앱 이용 활성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리뷰’도 부족하다. 춘천지역의 한 유명 중식당에 대한 일단시켜 리뷰(7월 25일 기준)는 157건인데, 배달의민족 1133개와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양지원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뷰는 타인의 소비 행태를 비추어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판단할 수 있게 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일단시켜 역시 제한적인 유인 전략에서 벗어나 입점 업체와 소비자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장님도 외면⋯“일단시켜 안 해도 매출 영향 없어요”

    소상공인들도 하나같이 ‘있으나 마나 한 앱’이라고 평가한다. 중개 수수료가 안 들어서 손해는 없지만, 앱을 쓰지 않아도 가게 매출에 별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한 자영업자는 “주문 수 자체가 적어 시스템을 관리해야 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선 계륵이다. 최근에는 홍보도 안하는데 계속 유지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석사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윤모(62)씨는 애초에 일단시켜 가맹을 거절했다. 2021년 춘천시가 만든 공공배달앱인 ‘불러봄내’에 입점했으나 일부 할인 쿠폰을 적용한 주문을 제외하면 매출 증대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불러봄내에 개발비 1억5000만원과 운영비 3억원을 투자했지만, 결국 저조한 성적으로 1년 만에 일단시켜에 흡수됐다.

    윤씨는 “플랫폼 하나를 추가로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매출액이 나오지 않을 게 뻔해, 가맹 제의를 거절했다”며 “일단시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태반이라 전혀 이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단시켜를 둘러싼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일단시켜를 둘러싼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명분만 살고, 경쟁력 떨어지는 ‘공공성’

    민간과 경쟁이 어려운 공공 앱은 예산에 의존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배달 시장이 커지자 전임 도정이 고민 없이 앱 개발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양지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강원도 공공배달앱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의 전환’ 보고서에서 일단시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지속적으로 지자체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과 지역사랑 상품권 의존 문제, 입점 업체 다양성 부족이라는 악순환이 일단시켜가 가진 공공앱으로서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양 연구위원은 “일단시켜의 운영을 위해 지속적인 지자체 예산 투입이 필요하지만, 애초에 민간 앱과 실질적인 경쟁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사업 실적 부진에 따른 세금 낭비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일단시켜를 유지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큰 모습이다. 본지가 취재하면서 들은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는 현재 각 시‧군을 대상으로 일단시켜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당장 올해 10월 앱 운영을 맡은 민간 협력사인 코리아센터와의 계약도 만료되는데, 내부적으로는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 일단시켜 담당 주무관은 “공식적인 내용을 전달받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에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고 본지에 밝혔다. 다른 지자체 담당자도 “도가 하는 사업이라 뭐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사실 관심에서 멀어졌다. 존폐 여부는 도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홍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다. 도 입장에선 예산 수십억원을 투자해 플랫폼을 구축한 후 한 번에 없애는 것은 난감하니 각 시‧군에 서비스 유지 여부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소담·진광찬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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