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들인 도로변 짚단, 버리는 게 반
바람막이로 설치한 짚단 2900개 중 절반은 쓰레기 지난해 예산 4억6800만원, 10년 전보다 10배 증가 “화살나무, 철쭉 등은 추위에 강해 바람막이 필요없어”
춘천시가 겨울철 가로수를 보호한다며 설치한 일명 ‘바람막이’의 절반이 봄이 되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시가 바람막이 설치를 위해 지난해 지출한 예산은 총 4억68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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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설치된 짚단 총 2900여개 중 1500개 정도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전 본지 취재 당시 춘천시는 “농사짓는 이들이 짚단으로 만든 바람막이를 찾는 경우가 많아 시에서 나눠주고 있다”며 짚단을 재활용한다고 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춘천시는 지난 2월 짚단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춘천시 공고 제2023-395)를 낸 후 신청자들에게 짚단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신청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시가 시내 곳곳 인도에 설치한 이 짚단은 '바람막이'라고 불리며, 한파로 인한 식물 피해를 예방하고 제설작업 후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을 막는 목적이다. 짚단을 엮어 ㄷ자 모양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시에 따르면 시내 인도 총 43곳에 이런 바람막이가 설치됐다.
바람막이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김모(42)씨는 “매년 겨울마다 일회성으로 짚단을 모아 바람막이를 설치하고, 봄이 되면 철거하는 게 최선인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의 세금으로 시행하는 사업인 만큼 더 효율적인 대안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교수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살나무, 철쭉 등은 추위에 잘 자라는 종이라 바람막이가 따로 필요없다”며 “이마저도 버려지는 게 반이라면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