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매 엄마’ 경력 단절 이겨낸 현미 누룽지 “건강한 군것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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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남매 엄마’ 경력 단절 이겨낸 현미 누룽지 “건강한 군것질이죠”

    [동네사장님] 21. 현미박사누룽지 신북점
    오남매 기르며 경력단절 겪은 차은영 대표
    지역 자원 활용 직업 교육, 경영으로 연결
    현미 활용한 누룽지, 건강 간식으로 인기

    • 입력 2024.04.21 00:03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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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 신북읍 닭갈비‧카페거리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뛰어노는 아파트 단지와 조용한 근린 상가 몇 채가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카페거리와 달리 이곳에선 밥 짓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 나온다. 여기는 현미로 만든 건강한 간식을 맛볼 수 있는 ‘현미박사누룽지 신북점’이다.

    먹거리가 넘치는 지금도 쌀은,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식재료로 사랑받는다. 밀가루와 각종 화학 첨가물로 만든 과자와 비교해 현미로 만든 누룽지는 속도 편안하고 식사 대용으로도 가능한 ‘한국인의 간식’이다.

     

    지난해 4월 지인의 가게를 인수하며 현미 누룽지 사업을 시작한 차은영(50) 현미박사누룽지 신북점 대표.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을 겪었지만 적극적인 직업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사진=권소담 기자) 
    지난해 4월 지인의 가게를 인수하며 현미 누룽지 사업을 시작한 차은영(50) 현미박사누룽지 신북점 대표.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을 겪었지만 적극적인 직업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사진=권소담 기자) 

    젊은 시절 기자로 일했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차은영(50) 대표는 현미 누룽지를 만나 인생이 달라졌다. 19일 고슬고슬한 현미밥을 짓고, 뜨거운 기계 앞에 서서 누룽지를 찍어 내는 차 대표를 만났다.

    Q. 현미로 만든 간식이라니, 건강한 먹거리 같아요.

    대표 메뉴는 기본 현미 누룽지인 ‘구수룽지’예요. 여기에 보리, 귀리, 강황, 들깨, 검정깨, 흑미 등 잡곡을 활용해 다양한 맛을 내죠. 매일 즉석 도정한 국내산 현미 20㎏으로 밥을 짓고, 220도까지 온도를 올린 틀에 찍어 냅니다. 날씨에 따라 밥 짓는 물을 조절하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해요. 이 과정을 거치면 바삭한 식감의 누룽지가 완성되죠. 게다가 현미는 백미와 비교해 탄수화물 함량과 열량이 낮고,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B, 섬유질 등이 풍부해 건강에도 좋습니다. 기타 첨가물을 쓰지 않아 어르신들의 간식으로 인기가 많죠.

     

    현미와 각종 잡곡을 섞어 만든 다양한 누룽지 제품들. (사진=현미박사누룽지 신북점)
    현미와 각종 잡곡을 섞어 만든 다양한 누룽지 제품들. (사진=현미박사누룽지 신북점)

    Q. 초코룽지, 고추장강정 등 이색 메뉴가 많네요.

    현미박사누룽지는 프랜차이즈 업체지만, 초코룽지는 저희가 직접 자체 개발한 상품입니다. 단골손님들이 ‘아이들이 좋아할 메뉴는 없냐’고 하셔서 디저트 느낌이 나는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평소 미식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큰딸이 나서서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초콜릿을 활용한 제품을 연구해 가져오더라고요. 현미 누룽지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고, 밀크‧다크 초콜릿을 섞어 시중 제품보다 훨씬 고급스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요. 고추장, 생강청, 유자청 등으로 만든 누룽지 강정도 인기입니다. 고추장강정은 특히 중년 남성 손님들이 술안주로 선호하는 제품이죠.

    Q. 지난달부터는 택배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한 유튜버가 방송에서 ‘구수룽지’를 먹은 다음, 제품이 유명해지면서 택배 주문이 많이 늘었어요. 지난 설 명절에는 준비했던 선물세트 100개가 다 팔렸어요. 바쁠 때는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나서서 일을 거들어요. 지인이 하던 가게를 지난해 4월 인수한 후 이제 1년 정도 됐는데, 춘천에서 입소문이 나고 빠르게 자리 잡았어요. 개업 초기 지역 바자회 등에서 저희 누룽지를 판매하면서 단골손님도 늘었고요.

     

    가게 내부에 진열된 다양한 현미 누룽지 제품들. (사진=권소담 기자)
    가게 내부에 진열된 다양한 현미 누룽지 제품들. (사진=권소담 기자)

    Q. 가게 인수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경력 단절 상태였습니다. 언론사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가 결혼하면서 2003년 춘천으로 이주했어요. 이후 아이 다섯 명을 낳고 키울 동안 제대로 일자리를 갖기 힘들었습니다. 지역 제조업 공장이나 음식점에서 재료를 손질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에 보탰어요. 올해 막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아이가 좀 크고 나서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Q. 직업 교육도 열심히 받으셨다고요.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의 도움으로 포토샵도 배우고 영상 편집도 할 줄 알게 됐습니다. 2년 전에는 지인이 운영하던 가게에서 한쪽 공간을 빌려 숍인숍 형태로 남편과 함께 잡화류를 다루는 쇼핑몰 운영도 시작했고요. 작년부터는 누룽지 가게도 함께 하고 있네요. 교육받을 때 익혔던 프로그램을 사업에도 유용하게 활용합니다. 온라인몰 제품 소개 페이지도 직접 제작하고요. 의욕적으로 공부했던 것들과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이 결국 지금의 도전을 하게 만든 것 같아요.

    Q. 새로운 도전에 나선 모습이 대단한데요.

    다섯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한때 생계의 어려움도 있었고, 인내심이 필요한 순간도 많았죠. 그래서 지금 온 기회가 정말 소중해요. 지인의 가게를 인수하며 시작한 사업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웃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워킹맘의 삶이지만, 가게에 사람이 찾아와주는 게 기쁘고 ‘맛있게 먹었다’는 한마디를 들으면 행복해요. 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선, 허투루 누룽지를 만들 순 없잖아요. 조금 느리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차은영 대표는 지나가는 사람도 잠시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가게 바깥에 의자와 테이블을 비치해뒀다. (사진=권소담 기자) 
    차은영 대표는 지나가는 사람도 잠시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가게 바깥에 의자와 테이블을 비치해뒀다. (사진=권소담 기자) 

    Q. 대표님 정성이 느껴지는 공간과 제품이네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는 성경 말씀을 좋아해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요즘 흉악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누가 그들의 마음을 돌보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고민해 봤어요. 결론은 상대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거였죠. 일하는 사람의 소명으로 공동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싶어요.

    우동착을 통해 전 품목 10% 할인을 해드리는 것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려는 의지고요. 앞으로는 이웃의 독거 어르신들이 편하게 식사하시도록 끓여 먹을 수 있는 누룽지를 전달하려는 계획도 있어요. 앞으로는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을 활용한,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되고 싶습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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