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판 잼버리 같았다”⋯탈 많던 태권도문화축제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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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판 잼버리 같았다”⋯탈 많던 태권도문화축제 폐막

    축제일정 변경, 경기장 사용 무산 등 준비 미흡
    선수 7명 화상 입고 응급의료센터 120명 이용해
    방문객 저조, 45억 쓰고도 부실 운영 도마

    • 입력 2023.08.25 00:01
    • 수정 2023.08.30 00:18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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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가 24일 폐막식을 끝으로 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진=춘천시)
    2023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가 24일 폐막식을 끝으로 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진=춘천시)

     

    2023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문화축제)가 24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부실 운영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8일부터 7일간 열린 이번 문화축제는 세계태권도연맹(WT)이 승인한 4개 국제대회가 동시에 열려 주목받았다. 특히 춘천에 WT본부를 유치하고, 내년부터 3년 연속 국제대회 개최를 확정한 것은 이번 대회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운영 부주의로 화상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미숙한 축제 운영은 ‘새만금 잼버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화축제 논란은 경기 첫 날인 18일 야  외경기장 선수들이 발바닥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춘천 날씨는 한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돌며 폭염경보가 발효됐었다. 하지만, 첫 팀 공연 후 음향기기가 고장나 15분 가량 경기가 지체되면서 공연장 바닥이 뜨겁게 달궈졌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맨발로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화상을 입었다.

    조직위는 “이날 한낮 경기를 피하는 ‘쿨링 브레이크 타임’을 갖기로 사전 대비했는데 바닥이 달궈지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부실한 운영에 축제 기간 화상 환자는 총 7명이 발생했고, 응급의료센터 이용자수는 120명에 달했다. 날씨로 인한 문제가 지속되자 축제 측은 낮 경기를 모두 취소하고 야간 경기로 전환했다.

    사실 날씨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는 축제 개최 전부터 제기됐다. 상반기까지 완공 예정이었던 에어돔 조성이 늦어져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야외 경기장인 수상 특설무대도 대회가 임박해서야 완성됐기 때문이다. 앞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고가 불거진 걸 보면서도 안전사고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장 등의 문제로 조직위는 보조금 27억원에 예비비 18억원을 더 투입하면서 총 45억원이나 썼다. 축제 전 시의회에서는 시의 예비비 집행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쓰고도 우려했던 사고가 터지면서 책임의 화살이 어디로 돌아갈지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한산한 모습의 2023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 현장. (사진=박백광 씨 제공)
    한산한 모습의 2023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 현장. (사진=박백광 씨 제공)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축제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시에 따르면 축제 기간 경기장 관람객은 약 1만9600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과 개막행사 등이 진행된 18일(2000명), 19일(4000명)을 제외하면 순수 태권도대회 방문객은 7일간 1만3600명에 불과했다. 대회가 열린 7일간 하루 평균 관람객이 2000명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관람객 수도 대회가 거듭할수록 늘어나기보단 오히려 줄어들었다. 첫날인 18일 3300명에서 19일 1만2400명으로 급격하게 늘더니 20일 17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어 21일 1400명, 22일 400명, 23일 300명, 폐막식에는 고작 100명이 오는 데 그쳤다. 갑작스럽게 경기 일정이 바뀐 데다, 무더위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보니 기대했던 것만큼 관람객이 찾지 않았다. 이 때문에 푸드문화부스 매출도 적어 소상공인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춘천청년소상공인협회는 호소문을 내고 “청년 상인들이 각자의 가게를 접고 춘천시를 위해 뛰어든 것인데 날씨가 너무 더운 탓인지 매출이 생각보다, 매우, 굉장히, 무척 저조하다”며 “깔끔하고 싸고 맛있다는 정평이 자자한데 방문객 자체가 너무나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축제장을 방문한 박백광 씨는 “푸드문화부스 구역과 주차장은 텅 비어있고 주차 아르바이트생 3명은 천막에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더라. 흔한 안내부스나 안내요원 한 명 보이지 않았고 안내 팸플릿도 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홍보 책자는 제작했으나 경기 장소나 일정 등이 자세하게 표시된 책자는 없었다. 박 씨는 “관람객이 없어 쉬고 있던 셔틀버스 문을 두드려 탑승했는데 일정 내내 관람객이 없어 쉬다가 처음 운행하는 것이라 했다”며 “혼자 버스를 타려니 민망했는데 뉴스에서 보던 새만금 잼버리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축제였다”고 했다. 

    춘천시 WT축제단 측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우진 WT축제단장은 “야심차게 세계 최초의 야외경기장 경기를 구상하다 보니 관람 불편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여러 변수가 많아 걱정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 관계자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박백광 씨 제공)
    축제 관계자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박백광 씨 제공)

     

    문화축제의 파행은 준비 기간 부족과 국제 대회 경험 부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최초로 3개 대회가 동시에 치러지는 국제 행사였지만 축제 조직위는 지난 2월 출범, 실질적인 준비 기간은 6개월 남짓이었다. 

    윤민섭(정의당) 춘천시의원은 “문화축제가 미흡했던 이유는 WT본부 유치 시기와 축제를 인위적으로 맞추려다 보니 발생한 것”이라며 “국제대회는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하는데 축제와 유치 모두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현장에 태권도체험 등의 즐길 거리가 부족하고 경기장과 먹거리부스, 셔틀버스 운행 등에 대한 기획과 운영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대회 유치로 지역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날씨 핑계를 대고 있는데 이번 무더위는 올 초부터 예견된 거라 예측이 가능했다. 과연 45억원을 들인 행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세계태권도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잼버리는 일이 터졌을 때 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축제는 후속조치를 잘했다”며 “첫 대회인데다 세 가지 세계대회를 한 번에 치른 경험도 없었던 만큼 우왕좌왕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사히 잘 치렀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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