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찰란한’ 순간을 담아요⋯카메라를 든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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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찰란한’ 순간을 담아요⋯카메라를 든 대학생들

    한림대 사진 촬영 동아리 ‘찰란한’
    인물 사진 찍고 엽서·명함 등도 제작
    지역 아동센터 대상 사진작가 봉사도
    사진 익숙지 않은 노인 등 봉사 계획

    • 입력 2023.08.07 00:01
    • 수정 2023.09.07 11:31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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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누구나 찍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찰란한’은 사진 촬영과 제작 활동을 위해 한림대 학생 9명이 모여 만든 동아리다. 사진 촬영음인 ‘찰칵’과 ‘찬란하다’를 합친 이름으로 신청자의 인물 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화한 사진을 엽서, 명함 등 기념품으로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고, 개개인의 특징을 담은 ‘퍼스널 브랜딩 북’도 제작한다. 최근엔 지역 아동복지센터에 방문해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은 어릴 적부터 카메라를 만지고 놀던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카메라가 좋아 미디어 학과를 선택했고, 사진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 방법을 고민하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손을 잡았다. 그들은 빠르고 자극적인 미디어가 판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사진의 역할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동아리 ‘찰란한’의 임지수(23), 박요셉(25)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림대 사진 촬영 동아리 ‘찰란한’의 임지수(왼쪽)·박요셉 학생(오른쪽). (사진=최민준 기자)
    한림대 사진 촬영 동아리 ‘찰란한’의 임지수(왼쪽)·박요셉 학생(오른쪽). (사진=최민준 기자)

     

    “밥 먹을 때나 여행을 갈 때 사람들은 대부분 사진을 남긴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어떤 매체보다도 일상과 가깝죠. 그런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좋은 장비가 필요하잖아요. 처음에는 동아리원들 개인 카메라를 모으거나 사비를 들여 촬영에 다니기도 했죠.”

    동아리는 지난해 1월 생겼다. 처음에는 단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였다. 문제는 돈이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창업동아리 운영비와 장비까지 지원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다고 한다. 이렇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계기는 봉사활동이었다.

     

    찰란한이 촬영한 사진으로 직접 제작한 기념품. (사진=찰란한 제공)
    찰란한이 촬영한 사진으로 직접 제작한 기념품. (사진=찰란한 제공)

    사진으로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동아리 회원들은 지역 아동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아동센터와 연계해 지난해와 올해 두 번에 걸쳐 ‘사진작가 체험하기’ 봉사 활동을 나갔다. 값비싼 카메라를 접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찰란한이 해줄 수 있는 재능을 공유해보자는 취지였다. 초등학생들에게 사진 교육과 카메라를 제공해 직접 장비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도왔다.

    “아동센터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뭐든 해보려는 의지가 강한 친구들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카메라를 직접 사용하는 시간을 가졌죠. 날이 더웠는데도 서로 찍어주려 하고 모든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줘 오히려 우리가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임지수 학생은 “아이들이 언제 또 사진 봉사 올 거냐고 묻더라” 사진작가를 체험했던 한 아이가 ‘또 하고 싶다. 선생님들 보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을 땐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며 감동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임지수 학생이 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찍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찰란한 제공)
    임지수 학생이 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찍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찰란한 제공)

    사진 봉사를 통해 받은 특별한 경험도 꺼냈다. 박요셉 학생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대상을 정해 사진을 찍어 오라는 미션을 내줬더니 나를 찍어주겠다고 하더라. 항상 사진을 찍기만 하다가 찍히는 게 오랜만이라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아이가 나를 보며 발이 크다고 말한 것도 기억난다. 키가 크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발 크단 말은 처음이었는데 그 아이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아이들의 시선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했다.

    아동센터 측의 반응도 좋았다. 카메라를 접할 일이 없었던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신만의 사진을 찍는 시간을 제공한 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준것이라며 고마워했다.

    단지 사진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큰 의미를 갖고, 학교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아 자립하게된 계기가 봉사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찰란한의 카메라를 이용해 한 아이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찰란한 제공)
    찰란한의 카메라를 이용해 한 아이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찰란한 제공)

    찰란한은 봉사활동을 넘어서고 있다. 아이템 개발, 브랜딩 등 사업적인 부분에서 전문가 교육도 받고 동아리 활동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제 다음 목표도 바라보고 있다. 아동센터 봉사 때처럼 사진이나 카메라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촬영 교육에 나선다. 현재 춘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들을 섭외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에겐 사진작가 체험을 제공했다면 어르신들에겐 전문 장비를 비롯해 스마트폰 카메라 사용법 등 실생활 위주의 교육을 다룰 예정이다. 아동복지센터 때와는 다른 기대감으로 준비하고 있다.

    찰란한의 최종 목표를 묻자 그들은 ‘선한 영향력’이라고 답했다. 춘천을 시작으로 더 많은 지역에 사진을 통한 즐거움과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박요셉 학생은 “찰란한의 콘텐츠를 접한 사람들이 순간순간을 즐겁게 기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임지수 학생은 “지금은 또래 대학생을 비롯해 작가, 댄서까지 찰란한 동아리를 찾고 있다. 우리만의 개성으로 춘천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팀이 되고 싶고, 자신의 찬란한 순간을 담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찰란한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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