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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② “올 사람 줘야지, 떠날 사람을 왜줘요”⋯전입지원금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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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② “올 사람 줘야지, 떠날 사람을 왜줘요”⋯전입지원금의 모순

    춘천-서울 출퇴근 2시간 소요⋯경기권과 비슷
    경기권 수준이지만, 교통비 부담
    전입지원금, 졸업 후 떠나면 그만
    “오히려 출퇴근 시민에 혜택 줘야”

    • 입력 2023.07.13 00:03
    • 수정 2024.01.02 09:2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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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남춘천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용산행 ITX(6시48분 출발)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12일 오전 남춘천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용산행 ITX(6시48분 출발)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1. 춘천에 사는 직장인 홍동균(29)씨는 서울 강남역 인근 바이오기업에 다닌다. 매일 아침 남춘천역에서 7시 22분에 출발하는 ITX를 타고 청량리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홍씨는 2년째 ‘산 넘고 물 건너’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춘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저녁 8~9시 사이. 여가시간이 부족하지만,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원하는 일과 연봉도 만족스러워 큰 불만은 없다.

    #2. 이른 아침 6시 40분. 춘천 시외버스터미널 동서울행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다. 7년째 이 시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정연우(43·가명)씨도 ‘춘천-서울 출퇴근러’다. 정 씨는 ITX에 비해 배차 간격이 짧고, 이른 시간대는 비교적 도로가 막히지 않는 점을 버스 통근의 장점으로 꼽는다. 매일 같은 시간 마주치는 직장인들을 보면 7년 사이 춘천-서울 출퇴근자가 많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춘천은 2012년 ITX와 지하철이 깔리면서 준수도권 도시로 부상했다. ITX는 남춘천역에서 청량리까지 약 57분, 용산역은 1시간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어 춘천-서울 통근 수요를 만들어냈다. 집 앞에서 회사까지 걸리는 총 시간을 고려하면 2시간을 잡아야 하지만, 다른 수도권 도시와 비교해도 시간적으로는 수도권 통근이 가능한 도시로 자리잡았다.

    실제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가 조사한 2022년 대도시권 출퇴근 평균 시간은 116분으로 직장인들은 출근에 57분, 퇴근에 59분을 쓴다. 권역별로 수도권이 120분, 부산·울산권이 110분, 대구권 및 대전권은 98분이다. 서울, 수도권과 비교하면 춘천-서울 출퇴근길은 물리적인 거리만 멀뿐 걸리는 시간은 이미 준수도권을 벗어났다.

    춘천-서울 통근자들도 하나같이 “할만하다”고 평가한다. 홍동균씨는 “서울 안에서도 편도 1시간은 걸리는 걸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같은 길을 다니는 직장인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정연우씨도 “경기도권에서는 1~2시간을 서서 가는데 춘천에선 앉아서 가니까 편하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연봉이 높고, 춘천 생활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춘천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인구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코레일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하루 평균 출퇴근 수요는 2022년 기준 약 2400여명으로 추산된다. ITX 청춘 출발역인 춘천역과 남춘천역 이용자 중 출퇴근 수요를 뽑아낸 뒤 다시 1개월 정기권 이용자로 범위를 좁혀 최소 인원만을 산출한 숫자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ITX 정기권은 월 단위로 끊는 승차권이다. 출근 시간대 객실 8량 중 3량은 정기권 승객이 지정 좌석 없이 자유석으로 탈 수 있어 통근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여기에 경춘선 전철과 시외버스 출퇴근 시간대 좌석수도 더했다. ITX 10일권 등 기간자유형 정기권 이용자와 비정기적 출퇴근 직장인, 승용차 이용자까지 더하면 춘천-서울 출퇴근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일 이 시간대 승차권은 예약이 열리는 시점인 3주 전에 거의 매진된다.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버스도 마찬가지다. 매일 오전 출근시간대 7회, 퇴근시간대인 오후 6~8시 사이 모두 며칠 전에 예약이 찬다.

     

    수도권 인구분산 역할 시도해야⋯요금 지원책 필요

    이처럼 춘천은 이미 수도권에 속하는 도시로 가까워졌지만, 출퇴근 직장인들은 경기도권에 비해 부담스러운 교통비가 통근을 망설이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평일에만 사용 가능한 ITX 한달짜리 정기권은 춘천-용산 구간이 20만2400원, 여기에 춘천 집에서 ITX역까지 가는 대중교통(22일 기준 5만~6만원) 또는 택시비(10여만원)와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는 비용 약 6만원까지 합치면 월 40만원 안팎의 교통비가 깨진다.

    그나마 ITX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할인권이나 정기권이 전혀 없는 시외버스는 동서울 기준 편도 8200원으로 하루에 1만6400원이 들어간다. 이를 월 평균 근로일인 22일로 잡으면 36만800원, 서울 지하철 비용과 춘천 내 교통비까지 합치면 45만~50만원 가까이 써야 한다.

    반면, 서울, 경기·인천은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적용돼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이용할 경우 갈아 타도 이동한 거리만큼 운임을 받고 있다. 비용도 많아봐야 하루 1만원이 채 안 넘는다.

    2년 전 결혼한 뒤 남편 직장 때문에 춘천에 온 박연경(31·가명)씨는 “원래도 성북구에서 강남까지 편도 50분이 걸려서 어차피 통근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 앉아서 갈 수 있는 것도 다른 수도권에 비해 장점이다. 다만, 교통비 부담이 줄어야 이런 점이 장점이 될 수 있고, 수도권 직장인 수요가 유입될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동서울행 버스(6시40분 출발)에 오르고 있다. (사진=김성권 기자)
    12일 오전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동서울행 버스(6시40분 출발)에 오르고 있다. (사진=김성권 기자)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선 춘천시가 인구 30만 달성의 일환으로 펼치는 대학생 전입지원금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대학생들은 졸업 후 일자리를 찾으러 서울로 향하는데 떠날 사람에게 준다는 건 예산만 버리는 꼴이라서다. 차라리 올 사람에게, 또는 떠나지 않는 주민에게 주는 게 합당하고, 오히려 인구를 유입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김대건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사회과학대학장)는 “주소지 옮긴다고 240만원 주면 기존에 주소지를 옮긴 학생들과 형평성도 맞지 않을 뿐더러 이런 학생들이 졸업 후 떠난다고 하면 인구 30만 넘었다가 3~4년 뒤에 다시 깨질 수 있다. 그러면 특례시도 유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홍동균씨는 “저도 춘천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전공을 살려 취업할만한 직장이 춘천에 없어 서울로 다닌다. 주변에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들어가지 않을거면 대부분 떠난다. 그들에게 전입지원금을 준다한들 무슨 의미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서울 통근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이를 홍보하면 순수하게 전입하려는 인구가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춘천은 서울 수도권에 비해 주거비 부담도 적고, 출퇴근이 용이한 도시라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다른 지자체도 인구 유입과 유출 방지를 위해 출퇴근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원주시의 경우 시로 전입한 만 18세에서 39세 이하 청년 중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 매월 최대 10만원씩을 지급한다. 영월군도 다른 시·군으로 출퇴근하는 주민에게 분기별 최대 30만원까지 준다.

    박현만 원주시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작년에 청년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청년들 전입 비중이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이들을 붙잡을 방안을 고민하다가 교통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3편에서 계속)

    [김성권·이현지 기자 ks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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