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고 앞 초고층 오피스텔 학습·통학권 침해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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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고 앞 초고층 오피스텔 학습·통학권 침해 '빨간불'

    오피스텔 건물 가상도 그려보니 사실상 온의동 롯데캐슬 급
    춘천시 교통영향평가·도교육청 교육환경영향평가 승인...지역사회 반발 거세

    • 입력 2020.06.09 06:55
    • 수정 2021.05.12 15:25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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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춘천시에 접수된 건축허가대장과 항공사진을 토대로 해당 오피스텔 건물 가상도.(항공촬영·그래픽=이정욱 기자)
    지난해 3월 춘천시에 접수된 건축허가대장과 항공사진을 토대로 해당 오피스텔 건물 가상도.(항공촬영·그래픽=이정욱 기자)

    '소양로3가 182외 3필지, 건축면적 1096.44㎡, 연면적 2만5166.36㎡, 지하 3층~지상 25층(높이 96.3m), 사무실 365실, 주차장 269면'

    최근 4개 학교가 밀집돼 있는 춘천고 정문 앞에 건축을 추진, 학부모·학생·동문들의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소양로3가의 오피스텔 예정 건축물의 기본 스펙이다. 

    8일 본지가 지난해 3월 춘천시에 접수된 건축허가대장과 항공사진을 기반으로 해당 건물의 가상도를 만들어본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로서는 학습권과 사생활 침해에 대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해당 학교 맞은편 소양동행정복지센터에서 드론을 띄워 항공사진을 찍어보니 오피스텔 부지 바로 뒤쪽으로 춘천고 정문이 보였고 북서쪽으로는 성수여고가,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성수고가 붙어있었다. 성수고·성수여고 윗쪽으로는 중앙초가 위치해 있었다.
     

    항공에서 촬영한 춘천고 앞 학교밀집지역 전경과 논란 오피스텔 예정 부지(빨간 원안). (사진=이정욱 기자)
    항공에서 촬영한 춘천고 앞 학교밀집지역 전경과 논란 오피스텔 예정 부지(빨간 원안). (사진=이정욱 기자)

    건축허가대장 상 오피스텔 예정 건물의 높이는 96.3m 지하3층~2상 25층 규모. 대부분 학교 건물과 5층 아래 단층 건물이 주를 이루는 해당 지역에 이 정도 규모의 오피스텔이 들어설 경우 먼저 '통학 대란'이 우려됐다.

    또 해당지역은 학교밀집지역으로 원래 시간대를 막론하고 주정차 등 교통이 혼잡한 지역이다. 설상가상 269면에 이르는 주차면수를 가진 오피스텔이 들어서 '만실'이 된다고 가정하면 가히 교통지옥 수준이 될 것이 뻔해보였다.

    특히 오피스텔 조망권에 성수여고가 들어있다는 것이 학생·학부모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8일 춘천시청에 진행된 학교 앞 초고층 건축물 신축저지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 발대식에서도 이 같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날 이석우 강원도학부모회연합회장은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오피스텔에 파고드는 성매매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고·여고가 나란히 밀집돼 있는 곳에 초고층 신축 승인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8일 오후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학교 앞 초고층 건축물 신축저지 범시민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린 가운데 이석우 강원도학부모회연합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왕근 기자)
    8일 오후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학교 앞 초고층 건축물 신축저지 범시민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린 가운데 이석우 강원도학부모회연합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왕근 기자)

    지난 5일 춘천고·성수고·성수여고 학생자치회가 민병희 교육감에게 건축 반대 탄원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성수여고 2학년 장현수 학생은 "건립 예정인 초고층 오피스텔 창문이 성수여고 쪽을 바라본다"며 "체육시간 등 상하의를 탈의 할 때 사생활 노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도교육청의 교육환경평가와 춘천시의 교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상황이다. 학부모들의 반대로 춘천시 경관심의위원회에서 '재검토'가 내려진 상황이지만 재심의에서는 통과가 유력하다. 해당 건물을 건축하는 데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8일 춘천의 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춘고 앞 오피스텔 관련 게시글
    8일 춘천의 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춘고 앞 오피스텔 관련 게시글

    실제 일각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 해당 건물 건축반대는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춘천지역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100층 롯데타워도 아닌데 무슨 교통혼잡이냐. 춘천이 발전하려면 폐쇄적인 것을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해당 논란이 춘천의 대표적인 명문고등학교인 춘천고 앞이기 때문에 더욱 큰 논란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여론이 혼재하는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고층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강원도 건축심의위원회다.

    반대 범추위는 심의를 앞두고 도를 압박하는 동시에 그동안 도교육청과 시가 승인한 각종 영향평가에 하자는 없었는지 법적 검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7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 한 초등학교에 75층 규모의 초고층 레지던스 호텔 사업이 진행되다가 학부모 등 지역사회의 반발로 행정심판까지 가 결국 심의신청이 철회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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