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할 때 물려주자” 아파트값 급락에 증여 건수 급증

춘천 아파트값 29주 연속 하락, 1년 반 전으로 가격 하락기 세금 부담 줄이려 증여 수요 확대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16.1% 차지해 비중 커 시세와 비교해 가격 차이 큰 직거래도 증가

2023-02-04     권소담 기자

춘천지역 아파트값이 그동안의 상승분을 뱉어내고 2021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1월 5주차(지난달 30일 기준) 춘천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4%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29주 연속 내림세다. 매매가격지수는 101.1(2021년 6월 4주차=100)로, 2021년 7월 4주차(101.0)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1년 반 동안의 아파트 가격 상승분이 도루묵이 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 분위기가 이어지자 이 때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증여세는 감정평가 등을 거쳐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과 누진 공제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시점에서 증여가 이뤄지면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 주택 경기 위축으로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매매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주택 보유자도 늘었다.

 

춘천지역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 시기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줄여 증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MS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춘천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기 직전인 2020년 초에는 2월 한 달 동안 54건의 아파트 증여가 신고됐다. 이후 부동산 투자 열풍이 이어지며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오르자 월 10여건 수준으로 증여 사례가 줄었다. 지난해 7월의 경우 춘천지역 아파트 증여는 9건에 그쳤다.

본격적인 주택 거래절벽이 이어지며 내림세가 짙어지자 다시 아파트 증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8건으로 2020년 7월(31건) 이후 가장 많은 증여 건수를 기록했다. 최근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증여 건수가 늘면서, 춘천지역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전체 아파트 거래량 대비 증여의 비율은 통계 수록 기점인 2006년 이래 2017년 3월(1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6.1%로 집계됐다.

지인 또는 특수 관계인 간 거래가 많아 일반적인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다수인 직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춘천지역 아파트 거래 140건 중 14건(10%)이 직거래였다.

퇴계동 그린타운 전용면적 99㎡ 13층 세대 경우 지난달 12일 1억9000만원에 직거래 됐다. 한국부동산원 시세와 비교해 상한 평균가(2억3000만원)보다는 4000만원, 하한 평균가(2억500만원)보다 1500만원 낮은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춘천의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 조정기에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매매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왕 물려줄 건데 시세가 떨어져 세금 부담이 덜할 때 증여해두자는 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