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인데⋯명절 전후 또 등장한 정치인 현수막

설 전후 곳곳 현수막 홍수 지난해 옥외광고물법 개정 시 “인력 충원 단속 강화”

2023-01-27     허찬영 기자
춘천시 후평동의 한 도로변에 걸려있는 정치인들의 현수막. (사진=허찬영 기자)

설 전후로 정치인의 명절 인사를 담은 현수막이 춘천 거리 곳곳을 어김없이 점령했다. 이는 현행법상 불법 행위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 같은 현수막 설치는 불법이 됐다.

개정된 법률 내용을 살펴보면 정당 현수막에 대한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돼 일정 요건만 갖추면 언제든, 어느 곳에서 든 내붙일 수 있다. 또 정당 명칭, 정당과 설치업체 연락처, 기간만 표시하면 단속도 면책된다.

이로 인해 정당 현수막은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 국비 확보 등 홍보, 당원모집, 명절 인사 등의 내용을 담을 수 있지만, 그 주체는 정당이나 당 대표, 당협위원장을 겸하는 국회의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즉 지방의원이나 일반 당원 등이 본인의 이름과 정당명을 적어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설 명절을 앞둔 시점부터 춘천 시내 곳곳에서는 정치 신인 등 정치인의 얼굴과 명절 인사가 포함된 현수막이 걸려있다. 출퇴근 교통량이 많은 후평사거리만 하더라도 당협위원장과 여야 정당의 현수막은 물론 당원인 정치인의 현수막도 내걸렸다.

당원 정치인의 불법 현수막을 비롯해 정당, 당협위원장의 현수막은 게시대가 아닌 도로변 곳곳을 점령하면서 운전자들의 시야를 분산시켜 교통안전 방해는 물론 미관상 악영향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남 고흥군의회와 전주시 등은 불법 현수막 게첨 금지·단속을 선언했다. 인천지역 군수·구청장협의회는 현수막의 난립을 막자는 취지로 정당 현수막 세부 기준 마련 등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현수막 설치를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춘천지역 정당·정치인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고작 한 달 전에 법이 개정됐는데 이를 어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얼굴을 알리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나 선진적인 정치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장옥 춘천시 광고물팀장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현수막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순차적으로 민원을 처리 중”이라며 “오는 2월부터 12월 중순까지는 기간제 근로자 등 별도의 인력을 채용해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찬영 기자 hcy1113@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