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학금' 멋대로 미뤄도⋯ ‘근로장학생’ 대학에 따질 힘 없다

대학교에서 일하고 받는 ‘근로장학금’ 한림대, 예고 없이 장학금 지급일 연기 학생들, 갑작스러운 연기에 생활비 ‘바닥’ ‘근로자’ 아니라 법적 보호받기 힘들어

2022-10-15     최민준 인턴기자

“당장 식비도 모자란 데, 실질적인 월급이나 다름없는 근로장학금 입금이 늦어진다고 문자로 통보받았습니다.”

춘천 한림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24)씨는 지난 13일 학교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국가근로장학금은 10월 18일에 입금 예정이며 양해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공지된 장학금 지급일인 같은달 10일에서 사흘이 지난 후였다. 이씨는 교내에서 사무보조로 한 달에 50시간 일하고 45만8000원을 받는다. 이씨는 “적어 보여도 학생에게는 큰 액수다”며 “예정된 날짜를 기준으로 한 달 생활비를 관리하는데 예고도 없이 지급이 늦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에게 학교 업무를 시킨 후 장학금 형식의 급여를 주는 근로장학금에 대한 지급 지연 사태가 수차례 발생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춘천 한림대는 교내·외에서 일하고 있는 국가근로장학생들에게 근로장학금이 오는 18일 입금될 것이라고 알렸다. 매달 10일 전후로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사전 안내와 8일의 차이가 난다. 당초 안내한 지급 날짜보다 3일이 지난 후에 문자를 통해 지연 안내가 이뤄지자 학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림대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사실상의 임금 성격이 짙은 근로장학금을 기존 공지보다 늦게 지급해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국가근로장학금은 한국장학재단과 대학이 연계해 학생들에게 행정 등 업무 지원을 맡기고 지급하는 장학금을 말한다.

금액은 시간당 9160원(교내 부서 등)·1만1150원(교외 산학 협력 기관 등)이다. 국가장학금처럼 소득분위가 선발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학생들이 대상자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학금 지급 연기에 불만을 표하는 글이 쏟아졌다. “물배 채우는 것도 한계다”, “학교의 일 처리 방식이 궁금하다” 등 한림대가 지급 연기 통보 문자를 보낸 지난 13일 하루 동안 열 개가 넘는 근로장학금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근로장학금 지급이 지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 근로장학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은 건 모두 세 차례(3·4·10월)다. 지난 4월은 한림대 측에서 “한국장학재단 국고예산 입금 지연”이라는 이유를 밝혔지만, 나머지 두 번은 지연 사유나 설명 없이 연기된 날짜만 통보했다.

한림대 관계자는 “학기 초엔 장학재단 측 예산 편성을 기다리다 보니 지연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며 “이번 달은 연휴가 있었고 출근부 작성을 늦게 한 학생들도 있어 9월분 입금이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근로장학생들은 모바일 출근부를 이용해 본인의 근무 시간을 입력한다. 근무 시간이 확인돼야 그에 맞는 금액 입금이 가능한 만큼 이를 인증하지 않은 학생들을 기다리느라 업무 처리가 늦어졌다는 의미다.

 

한림대 측이 근로장학생들에게 발송한 안내 메일. 매달 10일을 전후로 근로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취재진이 얼마나 많은 학생이 피해를 봤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서 활동 중인 국가근로장학생 규모를 묻자 한림대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반면 매달 10일 국가근로장학금을 지급하는 강원대 춘천캠퍼스의 경우, 한글날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7일 9월분 장학금 지급을 마쳤다.

강원대 관계자는 “10월엔 휴일이 많아 미리 학생들의 출근부 등록 상태 등을 점검해 근로장학금 지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장학재단 측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한림대에 확인을 요청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근로장학금 운영 실태 파악을 위해 2~3년 주기로 대학 평가를 하지만, 특수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주기와 상관없이 곧바로 현장 모니터링이 진행된다”며 “한림대 측의 근로장학금 지급 연기와 관련해 사실 여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근로장학생은 실질적인 근로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절차가 없어 국가가 보장하는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도 없다. 따라서 장학금 지급이 늦어져도 실질적인 사용자인 학교 측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관계자는 “정식 근로자가 아닌 경우 ‘임금 체불’ 등에 해당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