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부터 30개월⋯코로나19와 춘천이 벌인 치열한 사투

2020년 2월 22일, 석사동 거주 신천지 교인 첫 확진 ‘PC방 원정대’ ‘유흥업소 집단감염’ 등의 이슈도 발생 최근 재확산 속 명절 대비해 안전관리 등 점검 나서

2022-09-11     서충식 기자

지난 1일 기준 춘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3만6349명을 돌파했다. 시 인구(28만6050명)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이날 기준 누적 사망자는 160명이다. 올 상반기와 비교해 최근 확산세는 크게 줄었지만, 거리두기 해제로 많은 이동이 발생할 이번 추석이 추가 감염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편집자 주>

#1. 첫 확진자 발생⋯대구 방문 신천지 교인

2020년 2월 22일 의료진이 춘천에 발생한 코로나19 첫 확진자를 강원대병원 안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2020년 2월 22일 석사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며 춘천 지역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 첫 환자 발생(1월 20일) 이후 약 한 달만이다. 춘천 첫 확진자는 앞서 16일 대구의 한 신천지예수교 교회를 방문했다. 이날 예배 시간이 겹치지는 않았지만, 1차 대유행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대구 31번 확진자가 다녀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당일 춘천으로 이동하면서 감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접촉한 인원은 총 273명. 춘천시는 이들의 자가격리 지원과 더불어 예정했던 각종 문화행사를 취소하고, 다중이용시설을 휴관하는 등 전파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을 펼쳤다. 반면 지역 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진자의 확인되지 않은 요일별 동선, 특정 상호와 장소 등이 적힌 글이 퍼지며 혼란이 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처음 겪는 코로나19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2. 수도권 PC방 문 닫자 ‘춘천으로 원정’

2020년 8월 18일 정부가 수도권 소재 PC방에 대해 집합금지 조치를 내리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춘천 PC방 원정’과 관련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자체별로 다른 방역 규칙이 내려져 수도권에서 온 ‘PC방 원정대’가 춘천에 들이닥치기도 했다. 2020년 8월 18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틀어막겠다며 수도권 소재 PC방·유흥주점·대형학원 등 ‘고위험시설’ 12종에 대해 영업을 중지하는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반면 강원도에는 이들 고위험시설에 대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영업이 가능한 집합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수도권 인구가 춘천 등 집합금지 조치가 없었던 지역으로 몰리는 ‘방역 풍선효과’를 일으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PC방이 문을 연 춘천으로 원정 가자’는 내용의 게시글이 쇄도했다.  대학 수강신청 기간과 맞물려 영업 여부를 묻는 전화문의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에 춘천시는 일주일 뒤 고위험시설에 집합금지 조치를 내리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헬스장·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며 춘천으로 ‘원정 헬스’ ‘원정 볼링’을 오는 등 느슨한 방역 조치를 이용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다.

#3. 춘천 집단감염 진원지 된 ‘유흥업소’

2021년 5~6월 춘천은 유흥업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5월 중순부터 약 열흘간 유흥업소를 통해 감염된 이는 44명으로, 5월 한 달 확진자 77명의 절반이 넘는 수다. 확진자가 다녀간 유흥업소 중에는 출입명부를 작성하지 않은 곳과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긴 곳도 있었다. 이는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깜깜이 감염’ 증가에 대한 우려를 일으켰다. 결국 6월에 전달 대비 2배가 넘는 17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춘천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시켜 유흥업소의 영업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했지만 일부 유흥업소가 이를 어기기도 했다. 2021년 5월 28일, 지역 내 한 유흥업소는 새벽 시간에 건물 뒤편에 있는 작은 비상구를 통해 손님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불법 영업에 나서다 경찰에 적발됐다. 가게 안에는 술을 마시던 손님을 비롯해 도우미와 업주 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4. 일일 최다 확진자 ‘3249명’

(그래픽=박지영 기자)

쉬운 감염과 빠른 전파가 특징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올 상반기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춘천 역시 이를 피할 수 없었고, 지난 3월 29일 324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며 일일 최다 확진자 기록을 세웠다. 2020~2021년 2년간 확진된 2031명보다 약 1.6배 많은 수가 하루 만에 감염된 것. 그 결과 3월 한 달 동안 6만48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첫 감염 발생일부터 올 9월 1일까지의 누적 확진자 13만6349명의 44.4%에 해당한다.

3월 춘천 내 선별진료소는 유전자 증폭(PCR)과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으로 매일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 본지 기자가 PCR 검사를 받기 위해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문진표를 작성했고, 2시간의 기다림 끝에 겨우 검사를 받았다.

#5. ‘재확산 빨간불’ 명절엔 틀어막는다

올 6월 춘천은 한 달 확진자가 1865명 발생하며 일일 확진자 100명을 넘지 않는 등 상반기와 비교해 안정세를 찾아갔다. 그러나 휴가철이 시작되자 7월에만 전달 대비 4.5배가 넘는 8395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8월에는 일일 확진자가 전날의 두 배가 되는 ‘더블링’이 이어져 1만979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재확산 위기가 높아졌다. 특히 이번 추석은 팬데믹 발생 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명절이기에 자칫 방심한다면 확산세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방역 당국은 “고향이나 여행지 방문 시 소규모로 짧게 해 주시고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수칙도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