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수단’ 된 LP 레코드···미발매 웃돈 거래

아이유 LP, 춘천에서 110만원에 거래 한정판에 웃돈 얹은 중고 거래 활발 발매 안 된 제품, '주소 변경' 판매도 원재료 인상, 물류 과부하 시장 왜곡

2022-03-23     권소담 기자

LP 레코드 시장이 팬데믹 영향에 따른 실내 취미 생활과 수집 열풍에다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폭발하고 있다.

특히 마니아층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 되자 춘천지역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웃돈을 얹은 거래가 이뤄지는 등 LP 음반(Long-playing record)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됐다.

일부 판매자는 발매도 되지 않은 LP 음반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약한 후 배송지 변경 등의 방식으로 웃돈을 붙여 판매, 일반 소비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춘천지역의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가수 아이유의 ‘꽃갈피’ LP 음반이 110만원에 ‘가격 제안 불가’ 조건으로 올라왔다. 해당 물건은 이틀 만에 ‘거래 완료’ 됐다.

‘나의 옛날 이야기’와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너의 의미’ 등 리메이크곡이 수록돼 지난 2014년 8월 발매된 이 음반은 당시 판매가 4만4000원 수준이었다.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는 할인가 3만5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복고 열풍과 맞물려 해당 음반의 중고 시세는 100만원을 뛰어넘었다. 할인가 기준 30배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또 최근 발매된 김광석 베스트 앨범 미개봉 상품은 인터넷 할인가(6만9100원) 대비 2배 비싼 13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춘천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중고 LP음반. 일부는 발매 되기 전 예약을 통해 선점한 음반을 '배송지 변경' 등의 방식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당근마켓' 화면 갈무리)

발매되기 전부터 상품에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예도 있다.

올해 1월 종영한 드라마 ‘그해 우리는 OST’ LP 음반의 경우 오는 5월 출시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지난달 판매가 5만8000원, 인터넷 할인가 4만7000원 수준으로 시작해 빠르게 품절 됐지만, 아직 상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 남았다.

춘천 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해당 물건의 판매가 확인됐다. 판매자는 “인기 많은 ‘그해 우리는’ LP를 배송지 변경으로 보내 드린다”며 해당 물건을 7만5000원에 올렸다. 인터넷 할인가 대비 2만8000원(59.6%)의 웃돈이 붙었다.

LP 등 바이닐 음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부 판매처에서는 ‘1인당 1매만 구매 가능’, ‘배송지 변경 불가 ’ 등 조건을 내거는 등 왜곡된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날로그 레코드에 대한 MZ세대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 LP음반이 새로운 재태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레코드 숍. (사진=권소담 기자) 

웃돈을 얹은 중고거래는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아날로그 레코드가 유행하면서 LP 음반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었지만, 해외 수입과 수작업에 의존하는 상품 특성상 공급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 유가가 오르며 LP 제작의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 재료인 폴리염화비닐(PVC) 가격도 급등했다.

LP 제작 공정에 필요한 니켈 소재 장비의 경우, 국제 니켈 시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단기간에 크게 오르며 영향을 받았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니켈 시세는 지난 11일 t당 4만824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최근 10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춘천 명동에서 40년간 음반가게를 운영 중인 이석범 명곡사 대표는 “최근 2~3년간 젊은 층 사이에서 LP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제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닐 산업 특성상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공급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아이유 ‘꽃갈피’ 미개봉 앨범의 경우 중고 시장에서 최대 250~3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