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별국

2020-02-25     칼럼니스트

              별 국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히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공광규: 1986.동서문학 등단 *시집소주병』『파주에게외 다수

 
이영춘 시인

별국은 직역하면 별로 끊인 국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별로 끓인 국은 없다. 그러나 시에서는 ‘별국’을 끓일 수 있다. 이 시의 ‘별국’은 곧 어머니의 사랑이다. 가난하던 시절,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멀덕국! 건더기는 없고 멀건 국물만 있는 국이다. 그래도 그 국물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별이 떠 있다. 숟가락으로 건져 올리면 어머니의 마음 같은 커다란 달이 올라오기도 한다. 가난하지만 한없이 큰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 시다. 가히 절정을 이루는 것은 “어머니의 눈에서/별빛 사리가 쏟아졌다”라는 묘사다. 어머니의 눈에서 쏟아진 “별빛 사리”는 자식에게 제대로 먹이지 못한 어머니의 뼈아픈 눈물을 상징한 것이다. 문득 나의 어머니도 생각난다. 누군가의 생일 날 닭 한 마리를 잡으면 살코기는 열두 명 식솔들에게 다 얹어 주고 정작 어머니는 멀건 국물과 뼈다귀만 핧던 모습이 아직도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우리 어머니들은 이렇게 한 생애를 살다 가셨다. 별처럼 시리고 아프고 뼈저리게---오늘 밤, 저 하늘에 떠 있는 별들도 우리 어머니들의 멀덕국 같은 눈물이 아닐까!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