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설날

2020-02-04     칼럼니스트

설날 

오탁번 

 

설날 차례 지내고

음복 한 잔 하면

보고 싶은 어머니 얼굴

내 볼 물들이며 떠오른다

 

설날 아침

막내 손 시릴까 봐

이득한 저승의 숨결로

벙어리장갑 뜨고 계신

 

나의 어머니

*오탁번:1966.동아일보신춘문예. 고려대명예교수

 

이영춘 시인

올해도 어느새 설날 아침은 지나갔다. 그러나 설날이 되면 뭔가 알 수 없이 마음이 들뜨고, 들뜬 희망 같은 것이 부풀어 오른다. 가족과 가족들의 만남은 사랑의 알사탕으로 흐르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 울음소리조차도 행복으로 건너온다. 엄마의 분주한 손놀림은 구수한 부침개 냄새로 꽃 핀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장성한 아들이 먼 나라로 떠나가신 어머니께 차례상을 올리고 두 볼 적시며 생전에 벙어리장갑을 떠 주시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리움은 사랑의 마지막 여백이다. 희망 같은 여백을 채우기 위해 가는 길이 사람이 사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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