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의 “택시 타고 춘천 한 바퀴” 소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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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유학생의 “택시 타고 춘천 한 바퀴” 소감은?

    춘천 외국인 방문객 위한 ‘외국인 관광택시’
    20년 경력 택시 운전사와 교환학생의 만남
    “지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운행합니다”
    “관광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 행복해요”

    • 입력 2023.02.24 00:01
    • 수정 2023.09.07 11:38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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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출입국 본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664명의 외국인 방문객이 춘천을 찾았다. 강원도에서 5번째로 많은 수다. 통상 비성수기로 분류되는 겨울철에도 하루 평균 12명 꼴로 춘천을 방문했다. 강원대, 한림대 등 지역 소재 대학의 외국인 교환학생, 유학생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서울(605.24㎢)보다 면적이 두 배 가까이 큰 춘천(1116.4㎢)은 넓은 땅덩이에 많은 관광지가 흩어져 있어 자동차가 없이는 관광하기 쉽지 않다. 춘천 지역의 숨은 관광 명소를 안내해 줄 가이드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춘천을 방문한 외국인을 위해 춘천시와 강원도가 운영하는 ‘외국인 관광택시’가 있다. 본지는 튀르키예에서 온 에젬(21)씨와 함께 외국인 관광 택시에 탑승해 봤다. 에젬씨는 지난해 9월부터 한림대 교환학생으로 춘천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택시는 춘천에서 평생을 산 20년 경력 베테랑 택시 운전사 정교순(64)씨가 운행했다. 

     

    튀르키예에서 온 교환학생 에젬(왼쪽)씨와 택시 운전사 정교순(오른쪽)씨가 외국인 관광택시 앞에 나란히 서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튀르키예에서 온 교환학생 에젬(왼쪽)씨와 택시 운전사 정교순(오른쪽)씨가 외국인 관광택시 앞에 나란히 서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외국인 관광택시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정교순씨) 외국인 손님이 춘천역 앞 관광안내소에서 관광택시를 신청하면 기사들에게 연락이 와요. 그럼 손님들을 태우러 가는 거죠. 일반택시와 다르게 요금을 시간으로 정합니다. 보통 3시간에 2만원이에요. 운전사들은 보통 경력이 오래됐고 5년 이상 무사고인 모범 기사들입니다. 춘천시관광협의회 등의 주관으로 서비스 및 안전 교육도 꾸준히 받죠.
     

    춘천에서 평생을 산 20년 경력 택시 운전사 정교순(64)씨는 "춘천 소개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춘천에서 평생을 산 20년 경력 택시 운전사 정교순(64)씨는 "춘천 소개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외국인 승객과 소통이 힘드시진 않나요?

    요샌 한국어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편합니다. 그래도 간혹 아예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땐 휴대전화 번역기를 이용해 간단하게라도 대화하려고 노력하죠. 번역기 쓸 줄 모를 땐 손짓, 발짓 써가며 안내한 적도 많아요.

    Q. 외국인 손님 반응은 대체로 어떤가요?

    엄청 마음에 들어 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렇게 잘 안내하고 보내드리면 다음에 지인을 데려오기도 하죠. 예전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탄 적 있었는데 드라마 ‘겨울연가’가 생각나 저 집이 주인공 집이다, 드라마 어디 나온 곳이다 하니까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춘천 이미지 상승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제가 또 춘천 토박이다 보니 춘천 소개에 더 자부심이 느껴져요.

     

    외국인 관광택시 탑승객들에게 지급하는 여행증. (사진=최민준 기자)
    외국인 관광택시 탑승객들에게 지급하는 여행증. (사진=최민준 기자)

    에젬씨는 이날 외국인 관광택시를 타고 3시간에 걸쳐 ‘해피초원목장’ ‘감자밭 카페’와 ‘명동’ 등을 돌아다녔다. 에젬씨는 능숙한 한국어로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오겠다 다짐하며 이용 소감을 밝혔다. 

    Q. 오늘 다녀온 관광지들은 어땠나요?

    (에젬) 다 너무 새로웠어요. 해피초원목장은 포토존까지 가는 길이 계속 오르막길이라 숨이 차기도 했지만 도착해서 본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풀이나 나무가 모두 푸른색일 때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봤었는데 겨울에 오니 분위기가 아예 다른 점이 신기하더라고요. 카페에서 먹었던 감자빵도 기억나요. 감자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처음에 당황했는데 한 입 먹으니 상상했던 맛이랑 아예 달랐어요. 즐거운 경험이었고 다음엔 김유정역도 가보고 싶습니다.

    Q. 관광지는 어떻게 선정한 건가요?

    관광안내소에 가니 직원분이 다 설명해주셨어요. 제가 희망 관광지를 말씀드리면 그곳을 중심으로 추천을 하세요. 요즘 인기 많은 관광지도 추천해주시고 거리에 맞게 코스도 짜주시더라고요. 이미 가본 곳을 얘기하면 최대한 중복을 피해서 코스를 선정해주셨습니다. 안내 책자로 함께 설명받을 수 있어 이해하기 더 수월했어요.

    튀르키예인 교환학생 에젬씨는 친구들과 다시 외국인 관광택시를 타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튀르키예인 교환학생 에젬씨는 친구들과 다시 외국인 관광택시를 타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외국인 관광택시를 이용해 보니 어떠세요?

    춘천을 돌아다니고 싶어도 차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는데 이런 서비스 덕분에 정말 편했어요.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춘천에 온 지 6개월이 됐지만 이런 택시가 있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기사님도 정말 가이드처럼 가는 길마다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몰랐던 걸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또 너무 친절하세요. (웃음).

    Q.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것도 있을까요?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이용할 때에 대비해 더 나은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니터 등을 설치해서 영어 등 외국어로 간단한 설명이 나오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외국인 관광택시는 서비스가 좋은 것에 비해 아는 사람이 적어요. 홍보도 더 많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학과 협의해서 저희 같은 교환학생이나 유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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