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역 전세난’ 오나⋯전세 급락에 불안 심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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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역 전세난’ 오나⋯전세 급락에 불안 심리 확산

    올해 하반기, 상승기 당시 전세 계약한 물량 만기
    14개월 연속 춘천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 지속
    2년 전 현금 보유액 부족한 외지인 갭투자 유입
    집주인이 보증금 못 돌려주는 '역 전세난' 우려

    • 입력 2023.05.23 00:02
    • 수정 2023.05.25 07:07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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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퇴계동 현대2차(1049세대)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2년 전인 2021년 8월 같은 주택형 전셋값(1억5000만원)보다 3000만원이 하락한 금액이다. 단지 앞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가 걱정”이라고 했다. 2년 전 7월~12월 전셋값이 한창 높을 때 같은 주택형 전세계약이 51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재계약 시기에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급매를 대거 내놓으면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급락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쯤 춘천지역 주택시장에 ‘역(逆) 전세난’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연일 떨어지는 데다, 2년 전 상승기 당시 전세 계약한 물량의 만기가 올 하반기 일제히 도래하며 매물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서다.

    ‘역 전세난’이란 전셋값 시세가 급격히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내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급격히 올라 세입자들이 전셋집 구하기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정반대 경우다.

     

    갭투자 유입이 많았던 춘천 퇴계동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MS투데이 DB)
    갭투자 유입이 많았던 춘천 퇴계동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MS투데이 DB)

    춘천 아파트 전셋값은 외지인의 갭투자가 이어졌던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반까지 급격하게 치솟았다. 한창 오르던 전셋값은 지난해 3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14개월 연속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4월 춘천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6.4로 고점이었던 지난해 2월(103.2) 대비 6.6% 하락했다.

    지역 주택 시장에서는 지금 같은 전셋값 조정 흐름이 유지될 경우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역 전세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춘천에서 전셋값이 한창 오르기 시작했던 2021년 하반기 계약했던 물량의 만기가 올해 하반기 도래하기 때문이다.

    춘천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1년 12월 1억892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후 하락을 거듭해 올해 4월 기준 1억7646만원으로 내렸다. 전셋값 하락이 이어질 경우,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12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은 최소 1000만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세보다는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춘천의 경우 현금 보유액이 적은 외지인의 갭투자가 많았기에 기존 전세 임차인 사이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년 하반기 6개월간 외지인 투자자가 춘천에서 사들인 아파트는 1264세대로 전체 거래량(3044세대)의 41.5%를 차지했다.

    퇴계동 금호2차 전용면적 59㎡ 11층의 경우 지난해 6월 1억5500만원으로 전세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올해 1월 같은 동 14층에서 1억3650만원의 거래가 나왔다. 최고가 대비 1850만원 낮은 전세 계약이다.

    퇴계동의 한 구축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모(32)씨는 “전세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경기 수원에 사는 갭투자자가 현금 1500만원만 들고 아파트를 갭투자로 사들여 임대인이 바뀌었다”며 “집주인이 춘천 말고도 여러 지역에 갭투자를 했다고 들었는데,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10월 보증금을 못 돌려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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