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웃값 폭락했다는데⋯소비자는 체감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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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웃값 폭락했다는데⋯소비자는 체감 못하는 이유

    등심 23%↓등 한우 도매가 하락
    사육두수 늘었지만 소비량은 감소
    소비자 가격 하락 폭, 절반에 그쳐
    “최악의 위기” 축산농가 부담 여전

    • 입력 2023.01.18 00:01
    • 수정 2023.01.19 00:0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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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내려간 게 맞나요?”

    17일 오전 후평동 한 정육점. 한우 판매대를 둘러보던 이모(63)씨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씨는 “뉴스에서 한웃값 폭락이라지만 크게 달라진 걸 못 느끼겠다”며 “설 연휴 때 가족들과 먹으려 했지만 구매를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 속 한우 거래 감소로 도매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가격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제공한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약 일주일 앞둔 17일 기준 전국 한우 등심(1등급)의 평균 도매가격은 1㎏당 5만4078원이었다. 같은 상품의 지난해 설 전주 평균 가격은 7만127원이었다. 1년 새 1만6049원(22.9%)이 하락한 것이다. 구이, 찜용으로 쓰이는 안심(-1만637원), 채끝(-3507원), 갈비(-2013원) 등의 가격 역시 내려갔다.

     

    17일 오전 춘천 후평동 한 정육점 앞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17일 오전 춘천 후평동 한 정육점 앞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한우 도매가격 하락 원인은 사육두수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소비자의 구매량은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만마리 수준을 유지하던 한우 사육 마릿수가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55만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그 결과 도축 마릿수도 전년보다 85만 마리 증가했다.

    반면 가정에서 소고기를 구매하는 양은 감소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한 가정당 한우 구매량은 평균 12㎏으로 전년 대비(12.8㎏) 6.1% 줄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국민지원금 등으로 늘어났던 한우 소비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도축했지만 팔리지 않은 제품은 그대로 재고가 됐다.

    하지만 한우 도매가격 하락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우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다. 도매가에 비해 소비자 가격 하락이 크지 않은 탓이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강원지역 한우 등심 1등급의 이달 평균 가격은 100g당 9938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12.2% 하락한 가격이다. 도매가가 20% 넘게 떨어진 것과 비교해 하락 폭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강원 소비자물가지수가 6p(104.7→110.7) 오르는 등 물가 상승까지 가팔라 한우 가격 하락을 체감하긴 더 어렵다.

    도축과 경매, 가공, 도소매 등을 포함해 8단계까지 거치며 중간이윤이 불어나 소비자 판매 가격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통 단계에서 붙는 수수료가 커 산지 도매가격이 아무리 하락해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은 도매가만큼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한우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농가는 답답할 따름이다. 물가 상승으로 사료비 등 경영비가 모두 크게 오른 와중에 한우 도매가가 연일 하락하며 늘어난 사육두수를 감당하기 어렵다. 축산업계는 1년 새 사룟값이 50% 오르고 수입 소 무관세까지 겹쳐 한우 물량이 남아도는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우문수 전국한우협회 춘천시지부장은 “한우를 사육한 이후 가장 큰 위기”라며 “한우 사육 농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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