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리모델링 수십억 썼는데 깜깜 “창고로 전락”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획) ① 리모델링 수십억 썼는데 깜깜 “창고로 전락”

    [집중진단] 문화예술 뉴딜사업 지지부진
    시 2021년 지하상가에 상상언더그라운드
    도시재생 뉴딜, 공실 점포 42곳 리모델링
    예술가 공간, 창고 전락 등 운영 저조해
    원도심 악영향 우려, 상인회 민원 제기도

    • 입력 2023.03.23 00:03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6월 춘천 지하상가 상상언더그라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운동 도시재생 뉴딜 사업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지하상가 내 공실 점포 42곳을 대상으로 했다. 빈 점포는 청소년 공간, 소공연장, 전시실, 교육실 등으로 탈바꿈했다. 중앙시장 방향은 청소년 댄스·연극·밴드 연습실과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 도심 교육장 등이 들어섰다. 육림 고개 방향은 회화를 중심으로 한 예술가들의 현장 작업 공간과 갤러리 공간으로 꾸몄다. MS투데이는 문화를 내세운 뉴딜 사업이 지하상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점검했다. <편집자주>

    춘천시 중앙로1가 80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가 숨쉬는 조운동네’의 총사업비는 284억8000만원이다. 국비 150억원, 도비 30억원, 시비 87억8000만원, 기금 17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이후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330억원으로 증액됐다.

    ‘문화가 숨쉬는 조운동네’ 사업 가운데 지하상가에만 24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지하상가 빈 점포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비는 19억2000만원에 달한다. 도심에 문화중심성을 강화해 활력이 넘치는 문화상권을 만들고 원도심을 활성화한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잘 실현될지 의문이다.

     

    춘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지하상가에 입주한 개그 공연 단체 입주공간 앞에 수개월째 확인하지 않은 우편물이 쌓여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지하상가에 입주한 개그 공연 단체 입주공간 앞에 수개월째 확인하지 않은 우편물이 쌓여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수개월 우편물 방치에 창고 전락
    중앙시장 방면에는 개그 공연 단체가 사용하기로 한 공간이 있다.

    공간 입구에는 수령하지 않은 우편물과 부재중 등기를 받아달라는 도착 안내서가 도배하고 있다. 도착 안내 스티커가 붙은 시기는 1월과 6월. 1월 안내문이 올해 전달됐다고 가정한다면 개그 공연 단체는 최소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개그 공연 단체는 뉴딜 사업과 관련한 문화행사와 지원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으로 춘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네 곳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받았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유명 개그맨들이 지하상가에서 공연하면 많은 시민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들 단체의 지하상가 공연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공간 이용도 저조했다. 결국, 이들이 사용하는 세 곳 공간은 지난달부터 지하상가 상인회의 간담회와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변경됐다.

    방치된 공간은 이뿐만 아니다.

    육림 고개 방면은 작가가 현장에서 작업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윈도우 갤러리로 꾸미겠다는 계획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실제 작가 작업 공간과 공실 점포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작가의 작업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렵고 일부 물품만 놓인 듯 상당수는 창고로 전락한 광경이었다.

    갤러리로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공간은 안쪽에 몇 개 작품이 놓여 있긴 하지만,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았고 불도 꺼져 있어 시민의 작품 관람을 위한 용도로 보긴 어려웠다. 리모델링 자체도 폴딩 도어(접이식 문) 형식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 작품이 잘 보이도록 유리 벽면에 부착하기도 불가능한 구조다.

     

    예술인과 시민 등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 ‘예술인 쉼터’는 지하상가 내 일반 쉼터와 별다른 차이가 없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예술인과 시민 등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 ‘예술인 쉼터’는 지하상가 내 일반 쉼터와 별다른 차이가 없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작가 공간 인근에 있는 ‘예술인 쉼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인과 시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든 쉼터지만 지하상가 내 일반 쉼터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예술인 쉼터 이용객들은 돋보기를 끼고 우편물을 살펴보거나 성경책을 읽는 일반 시민이었다. 쉼터 내 비치된 홍보물 등도 오래되어 끝이 말리고 변색한 모습이었다. 벽에 걸린 달력 포스터도 2021년에 걸린 것으로 추측됐다.

    이곳 공간에 가장 오래 입주했던 작가 A씨는 “이전에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몇몇 작가만 와서 활성화 느낌이 적었는데 올해는 공실에 새로운 작가들이 들어오면서 다소 밝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원도심 활성화는커녕 악영향 우려
    중앙로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의 목표는 원도심 활성화다. 하지만 상인들은 오히려 상권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반응이다. 

    지하상가 상인회에 따르면 상인들은 처음에는 상상언더그라운드 계획을 반대했다가 설득 끝에 찬성하게 됐다.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 불편까지 감수했다. 보통 지하상가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는 매장 영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야간에 공사하도록 하지만, 나랏돈이 들어간다는 설명에 주간공사도 수락했다는 것이다. 몇 달씩 공사 소음을 감수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사 이후 조성된 공간들은 한 번도 활성화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늘 불이 꺼져 있어 상권이 소멸한 것처럼 보이자 상인들은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운영을 못 하면 불이라도 켜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다.

    이명구 춘천지하상가상인회장은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며 “큰돈과 시간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는데 관리도 소홀하고 예술인들도 보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중앙로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은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잘 운영되지 않아 불이라도 켜고 있으라는 상인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사진=한승미 기자)
    중앙로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은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잘 운영되지 않아 불이라도 켜고 있으라는 상인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사진=한승미 기자)

    ▶문 닫고 있는데 관리·감독은?
    2021년 9월 공고한 ‘중앙로 상상언더그라운드 잔여 공실에 대한 문화·예술단체(인) 모집 공고’를 보면 유의사항에 ‘선정된 후 사용 기간에 매월 20일 이상 입점 공간에 반드시 상주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이를 운영·관리할 별도 규정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시에 입주자들이 며칠간 문을 열고 상주했는지, 해당 공간에 다녀간 시민, 관람객은 몇 명인지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관련한 별도 집계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만 올해 새로 모집한 입주자들에 대해서는 활동 일지 등을 받고 기존 입주자에게도 활동을 독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계약 조건과 권고 사항에 적혀있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사무실과 입주공간이 멀다 보니 매시간 확인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모든 공간에 출입관리 시설을 설치할 예산은 없는 상황이어서 쉼터 문을 여닫을 때 확인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약간 자율에 맡기다 보니 미비하고 저조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있어야 해서 올해 새롭게 모집한 입주자들에게는 면접 때 활용 계획을 묻고 활동 일지 등을 받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