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만 해주세요” 전세 하락에 갭투자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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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약만 해주세요” 전세 하락에 갭투자자 비상

    춘천 아파트 전세가율 5년 만에 최저
    평균 전셋값 1억7000만원대로 하락
    계약 만기 앞둔 외지 갭 투자자 비상
    임차인 찾기 어려워 전세금 그대로

    • 입력 2023.02.07 00:02
    • 수정 2023.02.09 00:0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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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월에 아파트 전세 계약이 끝나는데 집주인이 지난달부터 전세금 인상 없이 재계약하자고 연락해왔어요.”

    아파트 전세금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매매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전세자금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것 등이 이유로 지목된다. 전세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지자 계약 기간이 끝났음에도 전세금 인상 없이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춘천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82.0%로 집계됐다. 전월(81.2%)에 비해 소폭 오르기는 했으나 통계 작성 표본이 변경된 2017년 12월 이래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2019년 8월 당시 전세가율은 87.5%로 갭(gap)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이 2억원일 때 평균적인 전셋값은 1억7500만원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할 경우 2500만원의 현금만 보유하고 있다면 갭 투자가 가능했다. 최근 전세가율이 82.0%로 떨어지며 갭 투자가 어려워졌다. 2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전셋값은 1억6400만원, 갭 투자를 위해 마련해야 할 자금은 3600만원이다.

    안개 낀 춘천 아파트 시장. (사진=MS투데이 DB)
    안개 낀 춘천 아파트 시장. (사진=MS투데이 DB)

    그동안 집이 없는 실거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인 ‘전세’가 갭투자를 지탱해왔다. 최근 깡통 전세 및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해 월세가 아닌 전세로 거주할 실익이 사라지며 전세 수요가 감소했다. 전셋값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춘천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1억7836만원으로 새로운 통계 조사 체계가 도입된 2021년 7월(1억8546만원) 이래 2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렸다.

    실제 보유한 현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세 수요가 실종돼 다른 임차인을 구하기는 힘들고,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집을 판다고 해도 거래 절벽으로 매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춘천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 춘천은 서울처럼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월세를 주며 살아달라고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계약 갱신을 맞이한 갭 투자자 집주인들이 서둘러 전세금 인상 없이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는 종종 관찰된다”며 “월세 물건은 시장에 나오면 인기가 많아 바로 빠지지만 신규 전세 계약은 건수가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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