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들' Z세대 회사원의 고민⋯"MZ는 이기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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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것들' Z세대 회사원의 고민⋯"MZ는 이기적이라고요?"

    Z세대 회사원이 말하는 ‘MZ 회사 생활’
    MZ에 대한 기성세대 부정적 인식 우려
    “책임감 가진 모습 보이는 사람도 많다”
    MZ가 느끼는 이어폰 사용·회식 예절은

    • 입력 2023.02.08 00:01
    • 수정 2023.09.07 11:38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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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갈수록 젊은이들의 버릇이 예전만 못하고 이익만 좇는다."

    1691년(숙종 17년),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문구다. 자세한 한자 표현은 생략했으나 의미는 그대로다. 300여년 전에도 '요즘 것들'에 대한 인식은 현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합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는 젊은 층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특히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며 많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춘천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에 다니는 3년차 회사원 강재연(26)씨도 사무실에서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직장 생활 3년차를 맞은 Z세대 회사원 강재연(26)씨. (사진=최민준 기자)
    직장 생활 3년차를 맞은 Z세대 회사원 강재연(26)씨. (사진=최민준 기자)

    Q. 직장 생활하면서 'MZ세대'라는 말 자주 듣나요?

    주변 상사들이 "MZ 말을 들어야 세상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 하세요. "역시 MZ다"라며 박수 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죠. 근데 그 "역시"가 좋은 의미로만 쓰이는 건 아니에요. 젊은 사원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던 상사분도 "역시 MZ야"라고 하시더라고요.

    Q. MZ 세대란 말이 점점 개념 없다는 뜻과 동의어가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때 처음으로 '이게 비아냥의 의미로 쓰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Z라 하면 트렌드의 상징처럼 여겨졌는데 이젠 부정적 인식이 더 큰 것 같아 아쉬워요.  "MZ세대는 원래 이러나" 하던 분이 알고 보니 MZ세대인 적도 있었어요. 범위가 넓어 헷갈린 것 같은데 웃음이 나왔죠. 이렇게 그냥 아랫사람을 놀리는 단어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Q. '이래서 안 좋게 보는 건가?' 하는 경험이 있나요?

    물론 그럴만한 장면을 목격하고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출퇴근 시간을 직접 입력해야 해서 미리 퇴근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들 시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죠. 그런데 퇴근 한참 전부터 컴퓨터를 끄고 짐을 싸서 기다리다가 정각이 되자마자 급하게 사무실을 나가는 동료를 봤을 때였어요. 시간을 손해 보지 않으려는 행동이라는 건 알지만 함께 해결해야 할 업무가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매우 당황스러웠죠. 자신의 권리를 찾는 정당한 행위인지 아니면 무책임한 행동인지 저도 처음엔 판단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 직장엔 하루 만에 "못 하겠다"며 퇴사한 신입도 있다고 하니 저희는 좀 나은 편일까요. 같은 세대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하는 모습이 MZ세대의 상징처럼 표현되기도 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하는 모습이 MZ세대의 상징처럼 표현되기도 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요새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MZ세대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일부 사례만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당장 제 주변만 봐도 업무를 끝내지 못하면 늦은 밤까지 남아 마무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밤샘 작업을 하는 사람도 가끔 있을 정도니까요. 다들 흔히 말씀하시는 MZ세대입니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해 더 책임감 가진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젊은 세대도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MZ세대의 직장 생활에 대한 풍자물이 화제가 됐었는데 실제와 비슷한가요?

    저도 그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며 무선 이어폰을 귀에서 빼지 않고 일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본인 음식에만 한눈팔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MZ세대의 모습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조롱거리로만 소비할 게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 회사는 무리한 음주가 업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저녁이 아닌 점심 회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식 때문에 다음날 회사에서 반송장 상태가 될 일은 없는거죠. 술은 맥주 한 잔, 시간은 두 시간이면 충분하니까요. 또 요즘엔 회사 안에서도 주로 SNS나 회사 메신저로 소통하다 보니 직원 대부분이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바뀐 문화를 배제한 채 만든 콘텐츠로 잠깐 재미를 얻을 순 있어도 갈수록 부정적 인식이 굳어지진 않을까 우려되기도 해요.

     

    강씨는 기성세대와 MZ세대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각자 기준이 달라 나타나는 문제인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틀렸다 생각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강씨는 기성세대와 MZ세대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각자 기준이 달라 나타나는 문제인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틀렸다 생각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윗세대와 본인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머지않은 미래에 기성세대는 MZ라고 불리는 세대에게 지금의 자리를 물려줘야 해요. 길어야 20년 정도겠죠. 근데 그때가 되면 똑같이 MZ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요즘 것들은 이래서 안 돼"라며 소리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그랬으니까요. 이대로면 10년이든 100년이든 지금이랑 똑같을 것 같습니다. 각자 기준이 달라 나타나는 문제인데 자신과 다르다해서 틀렸다고만 생각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상대방의 모습이 내가 지나온 길이거나 앞으로 지나가야 할 길이라는 걸 인정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좀 더 이해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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