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동’ 상인 피눈물, 누가 닦아주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설] ‘명동’ 상인 피눈물, 누가 닦아주나

    • 입력 2022.09.14 00:02
    • 수정 2022.11.08 17:26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동에 있던 한 의류 매장이 ‘모다아울렛 춘천점’으로 이전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온의동 아웃렛 개점 이후 명동 상권에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종혁 인턴기자)
    명동에 있던 한 의류 매장이 ‘모다아울렛 춘천점’으로 이전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온의동 아웃렛 개점 이후 명동 상권에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종혁 인턴기자)

     

    추석 대목을 앞두고 춘천 상권의 상가들 사이에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온의동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상가에 들어선 ‘모다아울렛 춘천점’에는 인파가 넘쳤다. 반면 명동·명동지하·로데오거리·은하수거리 상가는 추석 직전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아웃렛 개점 전부터 예상했던 지역 상권의 공동화(空洞化)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다아울렛 춘천점 개설과 관련해 법적 하자는 없다고 한다. 아웃렛 측이 법규에 따라 아웃렛 인근 1㎞ 이내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있는 4개 전통시장(남부·중앙·제일·풍물시장)과 상생 협약서를 맺었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아웃렛 사업자 모다이노칩이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 등에 문제가 없어 개설 등록을 승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다이노칩이 법규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웃렛에는 다양한 의류를 주종으로 유명브랜드 점포 110곳이 문을 열었다. 당초 예상한 220곳의 절반인 규모다. ‘패션아웃렛’은 4개 전통시장이 아니라 주로 의류를 판매하는 구도심 상권에 직간접적 타격을 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상권의 상인을 협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소상공인 상생과는 거리가 먼 조치다.

    지방 도시에 설립되는 아웃렛은 시민의 편의성과 소상공인의 사활이 정면충돌하는 사안이다. 전북 군산 롯데몰 입점 과정을 보면 이런 경향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 대형 쇼핑몰 입점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71%였고, 반대 의견은 29%에 불과했다. 롯데몰 입점 직전 14.2%였던 소규모 점포 공실률은 입점 후 1년여 만에 25.1%로 급증했다. 군산의 대형 공장 가동 중단과 폐쇄까지 겹치기는 했지만 롯데몰 개점이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준 것은 분명하다.

    이런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춘천시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시민의 편의성을 살리면서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 춘천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동과 명동지하상가 상인들의 목소리는 계속 청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화의 창은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애끓는 절규와 절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발언이다. 말로만 상인들의 의견을 경청한다고 하지 말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모다이노칩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매년 매출액의 일부를 기금으로 만들어 소상공인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의 대형 아웃렛과 쇼핑몰이 하는 것처럼 영업 면적 축소, 소상공인과 중복되는 브랜드 입점 최소화, 소상공인 홍보·판촉행사 지원, 설·추석 연휴 기간 판촉 제한을 포함한 다양한 상생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