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블록 따라가다 '쾅!'⋯전신주에 막힌 보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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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자 블록 따라가다 '쾅!'⋯전신주에 막힌 보행권

    • 입력 2023.03.14 00:01
    • 수정 2023.03.15 00:32
    • 기자명 박지영 기자·한재영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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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설치한 인도 위 장치인데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어야 할 점자블록이 허술하게 관리되거나 전신주 등에 막혀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는 곳이 있습니다.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춘천 옛 근화동사무소~소양2교 구간인데요. 춘천시는 연말 공사가 완료되면 전선 지중화로 개선하겠다고 밝혀, 매일 위험에 내몰리는 시각장애인의 보행권에 눈 감은 모습이었습니다.    
    [박지영 기자 ji8067@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외출에 나선 시각장애 1급의 이판구 씨.
    노란 점자 블록을 따라 걸음을 옮기지만 몇 걸음 못가 멈춰 섭니다.
    커다란 전봇대가 점자 블록으로 연결된 길을 막고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부딪혀 넘어지는 등 큰 사고가 날 수 있지만, 사전 안내도 없습니다. 

    [인터뷰-이판구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원도지부 강원점자도서관장]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인데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시설로 된 것 같아요. 전신주가 있다는 것을 (사전 안내가 없으면 시각장애인은) 인지를 못 하잖아요. 점자 블록을 따라갔는데 갑자기 전신주가 나타나게 되면 상당히 안전에 문제가 생기겠죠."

    전봇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의 눈과 같은 점자 블록이 오히려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곳은 춘천 옛 근화동사무소에서 소양2교에 이르는 2.3㎞ 구간.
    도로 6차선 확장 공사로 인해 곳곳의 점자 블록이 깨져 길이 움푹 파이거나 튀어나와 사고를 유발하는 암초와 같습니다.

    춘천시는 공사 기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세워 둔 전신주로, 공사가 끝나면 지중화 사업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조윤식/춘천시 도시재생과]
    "설치된 전신주는 전선지중화 사업 기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확장되는 보도에 전신주를 임시로 세워놓은 것이고요. 올해 말 정도에 (전선지중화가 완료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연말까지 예정돼 아직도 반년이 넘게 남은 상황. 
    주민 편의를 위한다는 지자체 사업에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보행권이 외면되면서 오늘도 그들은 세상 밖의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MS투데이 한재영(촬영‧편집 박지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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