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② 공간만 주고 끝?⋯입주단체 자율성에만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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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② 공간만 주고 끝?⋯입주단체 자율성에만 의존

    [집중진단] 문화예술 뉴딜 사업 지지부진
    입주단체 잇단 이탈⋯자체 운영 어려워
    미술계, 자율 운영 아닌 기획 있었어야
    입주자 “작업 협소하고 전시도 어려워”
    활성화 계획 있었지만, 예술인 참여 저조

    • 입력 2023.03.23 00:02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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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언더그라운드 구간임을 알리는 간판이 지하상가 곳곳에 걸린 가운데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거리’라는 문구와 현장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사진=한승미 기자)
    상상언더그라운드 구간임을 알리는 간판이 지하상가 곳곳에 걸린 가운데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거리’라는 문구와 현장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사진=한승미 기자)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거리’

    춘천 지하상가 곳곳에는 조운동 도시재생뉴딜사업 구간임을 알리는 ‘상상언더그라운드’ 홍보 간판이 걸려있다. 간판과 함께 구간을 소개하는 문구,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거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문이 굳게 잠긴 공간들이 대다수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수개월 지난 우편물이 쌓이는 등 사용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공간이 있는가 하면 유지가 어렵다며 운영을 포기한 곳도 있다.

    ▶입주단체 잇단 이탈⋯자체 운영 어려워
    상상언더그라운드 활성화를 위해 춘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MOU를 맺고 입주한 기관·단체는 모두 세 곳이다. 개그 공연 단체와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 춘천인형극제다.

    조성 초기에는 춘천연극제와 춘천마임축제도 입주를 고려했지만, 무산됐다. 현재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를 제외한 두 곳은 사실상 운영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개그 공연 단체는 4곳 점포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사용이 저조해 3곳 점포를 상인회 간담회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하상가 상인회 측은 “오죽 오질 않으면 커뮤니티실로 쓰겠냐”고 한탄했다.

     

    2021년 상상언더그라운드에 입주한 춘천인형극제는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 지난 16일 입주를 포기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2021년 상상언더그라운드에 입주한 춘천인형극제는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 지난 16일 입주를 포기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2021년 6월 입주한 춘천인형극제는 지난 16일 입주를 포기하고 모든 물품을 옮겼다.

    그동안 어린이 인형 만들기 체험 등을 진행했지만,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인형극제는 인형극장이 사농동에 위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지하상가에 미니 인형극박물관과 교육시설 등을 만들고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모니터, 책상, 칸막이 등 집기를 자비로 충당하며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공간 관리·운영 인건비도 무리가 됐다는 것이 인형극제 측의 설명이다.

    홍용민 춘천인형극제 사무국장은 “별도 예산도 없이 빈 곳만 제공해 모두 자비로 충당하다 보니 적자라 운영하기가 어려웠다”며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병행됐으면 지속 운영했을 텐데 별도 예산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느 단체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인형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인기가 많았는데 아쉽게 됐다”며 “장소도 너무 구석인데다 인근 타 입주단체도 활발히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서 함께 시너지를 내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조성 초기 예술인 공간에 입주했던 한 작가도 입주 경험이 기대와 크게 달랐다고 전했다. 회화를 중심으로 한 입주공간이었지만 작업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았고 전시 공간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B 작가는 “처음에 우리(입주작가)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며 “공간도 협소하고 회화는 물을 많이 사용하는데 수도 시설이 없어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등 열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 상인들도 기대치가 있었는데 실망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며 “왜 너희가 돈을 받고 여기에 와 있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해서 작가 입장에서도 너무 죄송하고 미안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활성화를 위한 행사나 작가 모임 등이 정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했다.

     

    상상언더그라운드는 새롭게 리모델링한 지하상가 공실 점포를 예술가 등에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실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상상언더그라운드는 새롭게 리모델링한 지하상가 공실 점포를 예술가 등에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실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기획 없이 자율적 운영만 의존
    상상언더그라운드로 리모델링한 공실 43곳 가운데 댄스나 연극, 밴드 연습실 등 대관이나 대여 형태로 운영되는 공간을 제외한 입주공간은 모두 28곳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네 곳은 상당 기간 공실로 방치됐다. 2곳 공간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다. 입주공간 가운데 9개 공간을 거쳐 간 입주작가는 모두 14명(공동 사용 포함)이다. 별도 사용료(관리비만 부담) 없이 무료 공간을 제공함에도 공실이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역 예술계에서는 애당초 역할이 모호한 공간으로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행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기획자 C 씨는 “창작 공간이라는 곳에 같은 작품이 1년 넘게 걸려있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데 속된 말로 ‘허튼짓’ 아니냐”며 “활성화를 하려면 전문가를 활용해 레지던시처럼 운영하고 오픈 스튜디오나 공통으로 갤러리를 여는 날을 정하는 등 기획력이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술계 종사자 D 씨도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취지에 맞는데 작업하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며 “결국 사무실이랑 창고만 마련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조성 취지를 살리기 위한 지속적인 기획이나 프로그램 없이 자율적 운영에 의존한 것이 패착 요인이라는 것이 종합적인 의견이다.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 예산에는 리모델링 비용과 함께 각종 소프트웨어 예산이 배정됐지만, 현재까지 문화공연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사진=한승미 기자)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 예산에는 리모델링 비용과 함께 각종 소프트웨어 예산이 배정됐지만, 현재까지 문화공연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사진=한승미 기자)

    ▶활성화 사업 계획은 없었나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은 지하상가 공실을 리모델링하는 단순 하드웨어 사업에 불과했을까. 2020년 발표된 ‘춘천시 조운·소양동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보면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부분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상상언더그라운드의 생활문화 공간 활성화 사업계획을 보면 공실 상점을 리모델링하는 하드웨어 조성 비용과 공간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각각 나뉘어 있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4년간 운영한다는 계획으로 청소년 문화교육 프로그램 1억5000만원, 소규모 문화공연 1억5000만원, 마켓운영(문화축제) 1억2000만원이 각각 배정됐다. 

    하지만 소규모 문화공연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문화축제를 표방하는 마켓은 지난해 한 번 열렸지만, 입주단체의 특성을 살린 문화축제라고 보긴 어렵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마켓에 입주단체 예술인 가운데 1~2명만이 마켓에 참여했다. 청소년 교육은 연 1~2회 진행됐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예술인들은 그림이나 조각 등의 분야가 많았는데 마켓은 그림이 많이 팔리는 곳은 아니라서 한두 분만 참여했다”며 “문화공연과 개그 단체 공연은 올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끝>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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