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는 것 몰랐나⋯혈세 들인 꽃밭, 한달 만에 이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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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오는 것 몰랐나⋯혈세 들인 꽃밭, 한달 만에 이 지경

    춘천시, 지난달 시비 들여 공지천 산책로에 꽃 심어
    메리골드, 백일홍, 국화 등 한달만에 모두 얼어죽어
    본지 취재 하루 만에 산책로 시든 꽃들 전부 제거

    • 입력 2022.11.16 00:01
    • 수정 2022.11.17 00:18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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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공지천 산책로. 시비를 들여 심은 꽃들이 시들어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지난 9일 공지천 산책로. 시비를 들여 심은 꽃들이 시들어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시가 공지천 산책로의 경관 개선을 위해 지난 10월 10일 전후 심은 가을꽃들이 11월 초 영하의 날씨에 대거 얼어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늦가을에도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춘천의 기온을 고려하지 않아 애꿎은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공지천 산책로. ‘퇴계천길’이라고 적힌 굴다리 주변에 산책하느라 분주한 시민들 옆으로 무수히 많은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꽃들이 있는 구간은 얼핏 봐도 100m가 넘게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메리골드, 백일홍, 맨드라미는 죄다 시들어 있어 생생한 꽃을 찾기 어려웠다. 뿌리와 잎이 바스러질 정도로 말라 있었고 꽃잎의 색도 거무죽죽하게 변해있었다. 추위에도 비교적 강한 것으로 알려진 노란 국화꽃만이 본래의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메리골드로 보이는 꽃들은 다 시들고 노란 국화만 제대로 피어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메리골드로 보이는 꽃들은 다 시들고 노란 국화만 제대로 피어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얼어 죽은 꽃들로 흉물이 된 산책로를 보면서 시민들은 너도 나도 불만을 제기했다. 김모(60)씨는 “꽃들이 몇천 송이씩 시들어 흉물 같은데 이걸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며 “날씨가 워낙 추워서 꽃들이 시들 수밖에 없는데, 시비를 들여서 왜 자꾸 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본지 취재결과, 춘천시에서 심은 꽃 종류는 메리골드, 백일홍, 국화, 맨드라미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화를 제외하곤 모두 추위에 약한 꽃들이라 기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이 꽃들은 이달 4~5일 춘천의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을 때 얼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꽃잎과 줄기까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한 꽃의 모습. (사진=이현지 기자)
    꽃잎과 줄기까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한 꽃의 모습.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시 녹지공원과는 이 꽃들이 지난 10월 10일쯤 시비로 심은 것이라고 밝혔다.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14일 “시민들이 워낙 많이 이용하는 산책로라 꽃을 보며 힐링할 수 있도록 가을꽃을 심은 것”이라며 “종자 파종이 잘 돼 평소보다 더 많은 꽃을 심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꽃을 심을 계획은 없으며, 시든 꽃들은 오늘부터 작업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15일 다시 방문한 공지천 산책로에는 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15일 다시 방문한 공지천 산책로에는 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본지가 춘천시와 통화한 다음날인 15일 다시 공지천 산책로를 방문하니 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화단 위에는 흙이 파헤쳐진 흔적만 남아 있었다. 시비로 꽃을 심은 지 불과 한 달여 만이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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