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 들인 생태공원 “좋으면 뭐 하나⋯갈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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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억원 들인 생태공원 “좋으면 뭐 하나⋯갈 수가 없는데”

    하중도수변생태공원, 하천 구역으로 주차장 조성 불가
    임시주차장, 공원과 멀어 입구 진입로 불법주차 난립
    “입구 인근 주차 금지, 정식 주차장 조성 계획 없다”

    • 입력 2022.09.13 00:01
    • 수정 2022.09.15 00:12
    • 기자명 진광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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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중도수변생태공원 내부 모습. 평일임을 감안해도 인적이 드물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하중도수변생태공원 내부 모습. 평일임을 감안해도 인적이 드물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7일 오후 레고랜드 부지 인근 하중도수변생태공원. 북한강과 울창한 숲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축구장 15배 크기에 달하는 공원 곳곳에 산책로와 잘 관리된 잔디광장까지 공원 시설은 나무랄데가 없었다. 하지만 공원을 한참 돌아다녀 봐도 이용객을 찾기가 어려웠다. 평일 오후라도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공지천 공원과 대조적이었다. 어렵게 만난 한 시민은 “자동차를 타고 왔는데 공원에 주차장이 안 보여 당황했다“며 “그래서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공원 입구 쪽에 불법 주차를 한 상태였다. 

    하중도수변생태공원이 조성 3년째 시민이 찾지 않는 유령 공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춘천대교를 건너 하중도 전체를 빙 돌아야 하는 외진 위치인데 접근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명동에서 5km나 떨어져 걸어서는 1시간 넘게 걸리고, 주차장이 열악해 차를 타고 오기도 불편하다. 이 공원은 강원도와 춘천시가 2019년 각 3억여원씩 총 6억원을 넘게 들여 만들었다. 조성 이전부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도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공원은 애초부터 주차장이 없는 공원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하중도 일대가 ‘하천 구역’으로 컨테이너 구조물을 제외하고는 주차장을 비롯한 시설들이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춘천시의 공원 조성 계획이 나왔을 당시부터 춘천시의회는 이 점을 들어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전 시의원은 “운동장도 없이 학교를 만든 꼴”이라고 말했다.
     

    하중도수변생태공원 임시주차장의 모습. 공원 입구와 다소 거리가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하중도수변생태공원 임시주차장의 모습. 공원 입구와 다소 거리가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그런데도 춘천시는 하중도 일대의 쾌적한 환경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며 사업을 강행했다. 시가 임시 방편으로 공원 일부 산책로와 잔디광장을 터서 임시주차장을 만들기는 했으나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입구로부터 거리가 300~400m 정도로 멀어 관광객들이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날도 한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으로 이곳에 방문했으나 임시주차장 대신 입구에 버스를 대놓고 있었다. 한 시민은 최근 시청 민원 페이지에 “하중도생태공원 구석에 주차장이 마련됐으나 그곳은 사람 통행도 거의 없고, 입구도 아니지 않느냐“며 “입구 인근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렇다보니 정작 시민들은 하중도생태공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공원을 알더라도 자주 찾지 않는다. 자연 경관을 보려고 어쩌다 한번씩 방문해 보더라도 접근이 불편해 재방문하는 경우는 적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만난 시민 이모(29)씨는 “자연 환경과 시설은 만족스러웠지만 거리가 너무 먼데다 주차가 불편해서 자주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중도수변생태공원 입구 모습. 주차된 차량이 공원 진입로를 막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하중도수변생태공원 입구 모습. 주차된 차량이 공원 진입로를 막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춘천시는 하천구역 규제 탓에 정식 주차장을 조성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하중도 생태공원을 도보로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입구 근처의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며 “현장을 확인하면서 입구 인근에 임시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등 접근 개선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진광찬 인턴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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