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망 사고에도 여전⋯전동킥보드 90%, 헬멧 없이 ‘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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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사망 사고에도 여전⋯전동킥보드 90%, 헬멧 없이 ‘쌩’

    전동자, 안전모 미착용하거나 인도에서 보행자 안전 위협해
    원주에선 30대 남성 A씨가 전동킥보드 타다 넘어져 사망
    경찰청, 9~10월 두 달간 전동킥보드 법규위반 집중 단속

    • 입력 2022.09.20 00:01
    • 수정 2022.09.21 00:15
    • 기자명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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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16일 오후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지난 16일 오후 춘천시 강원대학교 정문 일대. 전동킥보드를 탄 남성이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이 운전자는 헬멧을 비롯한 아무런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잠시 후 인도를 달리던 전동킥보드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 서더니, 보행 신호가 바뀌자 보행자들과 나란히 인도를 가로질렀다. 길을 걷던 한 행인이 뒤에서 나타난 전동킥보드 때문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며 헬멧을 착용하지 않거나 인도·횡단보도로 운행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전동킥보드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춘천 시내 많은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이 여전히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이날 강원대학교 일대에서 한 시간 동안 킥보드 이용자를 관찰한 결과 16대의 전동킥보드를 볼 수 있었다. 이 중 안전모와 도로 주행 수칙 등을 모두 잘 지킨 킥보드는 단 2대에 불과했다. 지난 3일 원주에서 강원도 최초로 전동킥보드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경각심을 가지는 운전자들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어기는 안전 수칙은 안전모 착용이다. 이날 한 시간 동안 목격한 16명의 운전자 중 14명이 헬멧을 쓰지 않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강원대 학생 A씨는 “캠퍼스 인근을 오가면서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헬멧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는 최대 속력이 시속 25㎞에 달해 운행 중에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머리를 다쳐 사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발생한 원주의 전동킥보드 사망 사고가 이런 경우였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30대 운전자 A씨는 원주의 한 도로에서 과속 방지턱을 넘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져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킥보드 운전자들이 보도나 횡단보도를 아무렇지 않게 운행하는 모습도 계속해서 관찰할 수 있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전동킥보드를 끌고 가야 한다. 하지만 한 시간동안 강원대 정문 앞 횡단보도를 지켜보는 동안 전동킥보드에서 내려 끌고 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중학교 교복을 입은 채로 2명이서 동시에 전동킥보드를 타는 학생도 보였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이면서,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소지자(자동차 운전면허 포함)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이때도 한 대에 1인만 탈 수 있다. 무면허에 승차정원 위반인 셈이다.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킥보드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킥보드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이용이 늘면서 도내에서 발생하는 관련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6건, 2020년 13건, 2021년 26건, 2022년 현재 31건의 전동킥보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강원도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전국적으로는 올해 상반기에만 11명이 킥보드 사고로 숨을 거뒀다.  

     

    한 시간 동안 킥보드 이용자를 관찰한 결과, 90%의 이용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한 시간 동안 킥보드 이용자를 관찰한 결과, 90%의 이용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대부분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대여하는 과정에서 안전 수칙 위반이 걸러지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유 앱을 이용해 킥보드를 빌릴 때 운전면허를 등록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탑승자와 신분증 명의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면허가 없는 학생들도 부모의 면허증을 빌려 공유킥보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교동에 사는 시민 B씨는 “전동킥보드를 탑승할 때 안전 헬멧 착용과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번 사망사고를 계기로 10월까지 대학가와 시내권 일대에서 승차정원(1인) 초과,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또 음주운전 단속 시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대상으로 검문을 벌이고, 횡단보도나 인도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도 단속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의 안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드시 도로교통법과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이현지 인턴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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