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목줄은 꼭 매고 응가도 책임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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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목줄은 꼭 매고 응가도 책임져주세요.”

    반려견 목줄 미착용으로 사고 끊이지 않아
    일부 얌체 반려인, 반려견 배설물 미수거
    과태료 인상됐지만, 춘천시 단속은 허술

    • 입력 2021.07.07 00:02
    • 수정 2021.07.13 09:00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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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춘천지역 가구는 크게 늘었지만, ‘펫티켓’을 지키는 시민 의식의 경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춘천시에는 1만9500여 가정에서 2만2400여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산책 시 목줄 착용과 배설물 수거와 같은 시민들의 ‘펫티켓’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 괜찮아요. 우리 강아지는 안 물어요.
    #매일 저녁 반려견과 산책에 나선다는 이주영(31·춘천시 석사동)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반려견 ‘쏨이’와 산책을 하던 중, 목줄을 매지 않은 다른 반려견이 ‘쏨이’에게 달려들어 짖기 시작했다. 놀란 이주영 씨는 ‘쏨이’를 안아 들고 짖고 있는 반려견의 주인을 찾았다. 인근에서 지켜보던 반려견 주인은 “우리 강아지는 안 물어요”라는 말만 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춘천거리 곳곳에서 목줄을 매지 않고 산책중인 반려견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사진=남주현기자)
    춘천거리 곳곳에서 목줄을 매지 않고 산책중인 반려견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사진=남주현기자)

    지난해 5월 배우 김민교의 반려견이 80대 노인을 물어 사망하게 한 사건 등 개 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춘천시민들의 경각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반려인들은 “우리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며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MS투데이가 소방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2016~2020년)간 전국에서는 1만1152명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는 매년 2000건 이상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하루 평균 6건이 넘는 수치다.

    지난해에는 모두 2114건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월별로는 8월에 252건으로 연중 최다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8월 무더운 날씨로 반려견들이 예민해지며 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2114건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남주현기자)
    지난해 전국에서 2114건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남주현기자)

    춘천의 경우에도 매년 10건 안팎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0건의 사고가 신고됐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 아파트 화단, 공원마다 방치된 반려견 배설물
    #춘천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 A(68) 씨는 일부 반려인들의 비매너 행동에 매번 한숨이 나온다. 아파트 단지를 순찰하다 보면 발견하는 화단 곳곳에 방치된 반려견 배설물 때문이다. 매일 청소를 하고 있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배설물이 방치되고 있다. 또 일부 반려인은 배설물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청소하는 경비원을 불러 배설물을 치우라는 ‘갑질’까지 행사하고 있다.

    일부 반려인들의 반려견 배설물 미수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수거된 배설물은 시각적으로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생문제도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아파트단지의 경우 배설물 미수거로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과 일반 주민 간의 마찰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달 춘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반려견이 엘리베이터에 배설을 했지만 주인이 치우지 않자, 이웃 주민이 이를 고발하는 경고문을 붙이면서 갈등을 빚은 일도 있었다.

    시민들의 휴식처인 공원들도 배설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춘천시 온의동 공지천 조각공원은 매일 산책 나온 반려견들로 붐빈다.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배변 봉투를 지참해 반려견의 배설물을 직접 치우고 있지만, 공원 곳곳에서는 방치된 배설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조각공원에 반려견과 자주 산책을 나온다는 한예지(28·춘천시 온의동) 씨는 “반려견이 킁킁 거리며 냄새 맡는 곳을 자세히 보면 치우지 않는 배설물이 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며, “비위가 상하기도하고, 반려견이나 사람들이 이를 밟을수 있어 걱정된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MS투데이 기자가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에서 직접 30분 동안 수거한 반려견 배설물 (사진=남주현기자)
    MS투데이 기자가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에서 직접 30분 동안 수거한 반려견 배설물 (사진=남주현기자)

    MS투데이 기자가 실제로 조각공원을 돌며 방치된 배설물을 수거한 결과, 준비해 간 배변 봉투 5장을 30분 만에 채울 수 있었다. 방치된 지 오래되어 완전히 굳어버린 배설물도 있었으며, 이미 누군가의 발에 밟힌 배설물들도 상당수였다.

    ■ 강화된 ‘처벌’…춘천시 단속은 ‘허술’

    올해 2월 12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면서 ‘펫티켓’과 관련된 과태료도 대폭 상향됐다.

     

    동물보호법 위반시 주요 과태료 부과기준 (그래픽=남주현기자)
    동물보호법 위반시 주요 과태료 부과기준 (그래픽=남주현기자)

    먼저 목줄 미착용의 경우, 1회 적발시 5만원에서 20만원, 2회시 적발시 7만원에서 30만원, 3회 이상 적발시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각각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맹견으로 분류되는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 셔테리어, 스테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 등은 목줄과 입마개 미착용 시 부과되는 과태료의 경우 더욱 높다. 이들은 위반시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이상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맹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매년 3시간씩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맹견손해보험에도 의무가입해야 한다. 보험 미가입 시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폭탄을 맞는다.

    배설물 미수거의 경우에도 1차 5만원, 2차 7만원, 3차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인식표를 착용하지 않아도 1차 5만원, 2차 10만원, 3차 2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춘천시의 단속과 과태료 부과 행정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현재까지 춘천시의 ‘펫티켓’ 위반 단속 건수는 단 5건에 불과하다. 목줄 미착용 3건, 맹견 관리위반 2건이 전부다. 배설물 미수거 단속은 단 한 건도 없다.

    춘천시는 단속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시 관계자는 “제한된 인력으로 상시 단속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고, 위반 신고 접수 시에도 증거자료와 위반한 사람에 대한 인적사항이 없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펫티켓’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춘천시도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속적인 계도활동을 펼쳐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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