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 수변에 등장한 3m 대형 작품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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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암호 수변에 등장한 3m 대형 작품 정체는?

    정춘일 작가, 제작 1년 반 걸린 작품 공개 눈길
    과거와 현재, 한국적 정서 철 오브제로 표현해
    작가와의 대화, 작업실 탐방, 강의 등도 준비돼

    • 입력 2022.09.25 00:02
    • 수정 2022.09.28 07:0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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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암호 수변을 걷던 시민들이  KT&G 상상마당 춘천갤러리 야외에 전시된 조각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의암호 수변을 걷던 시민들이  KT&G 상상마당 춘천갤러리 야외에 전시된 조각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최근 춘천 의암호 수변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겨 화제다. 

    목을 한참 올려야 그 얼굴을 어렴풋이 볼 수 있는 거대한 조각(크기 3m 20㎝)이 설치되면서다. 신기하게 쳐다보던 시민들은 곧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작품을 만든 주인공은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철 조각가 정춘일이다. 그의 최근작들이 KT&G 상상마당 춘천갤러리 야외에서 첫 선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삼·鐵(철)·리 바람’이다.

    ‘삼천리’를 변형한 것으로 철을 재료로 하는 그의 작품관을 표현한다. 또 첫 글자 ‘삼’에는 작품의 크기인 3m, 작품 수 3점, 무게 300㎏의 의미도 담았다. 전시 작품은 ‘바람속에 서 있는 예술가의 초상’, ‘馬(말)’, ‘가족’ 등 세 점.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년 반이 넘게 걸렸다. 

     

    정춘일 작가. (사진=한승미 기자)
    정춘일 작가. (사진=한승미 기자)

    정춘일 작가는 철에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봤다.

    농기구부터 출발해 철이 각종 무기가 되기까지 철을 떼놓고 인류의 발전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적 정서는 그의 작업 방식에 녹아있다. 버려진 폐품들을 용도에 맞게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들이 자투리 천을 모아 조각보를 만드는 것과 닮았다.

    그렇게 전시작들은 버려진 과거의 고철이 현재의 새로운 형상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실제로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 기아 등의 로고가 새겨진 자동차 부품부터 농기구, 펜치, 스프링 등 별의별 철물들이 작품을 이루고 있다. 그가 고물상, 자동차 공업소, 카센터 등을 다니며 구한 것들이다.

    폐품들은 그의 수중에 들어온 순간 철 오브제로 변하고 이내 사람의 관절로, 말의 근육으로 다시 태어난다.

    정 작가가 이처럼 버려진 철 등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지도 올해로 20년이 됐다. 그는 200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에서 당시 생소한 개념이었던 정크 아트 작품을 공개하며 조각 부문에서 입선과 특선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작품들을 선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 고물상들이 2~3년 전부터 대형화됐고 원자잿값 상승으로 철값이 ‘금값’이 되면서 이제는 철 오브제를 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전시작 가운데 ‘가족’은 그의 작품 스타일이 앞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깨끗한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인체를 극도로 단순화한 작품으로 근육이나 뼈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바람속에 서 있는 예술가의 초상’은  3m 20㎝ 크기의 대형 작품이다. (사진=한승미 기자)
    ‘바람속에 서 있는 예술가의 초상’은  3m 20㎝ 크기의 대형 작품이다. (사진=한승미 기자)

    그는 3m가 넘는 이번 전시 작품을 준비하다 허리를 다쳐 전시 취소 직전에 가까스로 작품을 완성했다.

    작업 특성상 어시스턴트(작업 보조)를 둘 수 없어 혼자 작업하는 바람에 무리가 간 것이다. 무모할 수 있는 도전에 나선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간단하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예술가들의 본질이죠. 하나에 안주하면 그저 장인이 될 뿐입니다.”

    전시 기간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다양한 기회가 마련된다.

    내달 1일 오후 3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며, 8일에는 ‘현대 미술에서 재료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주제로 한 강의가 마련된다. 이어 15일에는 서면에 있는 작가 작업실 탐방이 진행된다. 전시작은 내달 21일까지 KT&G 상상마당 춘천갤러리 야외에서 볼 수 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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