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춘천 ‘옐로카펫’⋯희미해진 어린이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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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바랜 춘천 ‘옐로카펫’⋯희미해진 어린이 안전

    노란 구조물 설치로 시인성 높여 사고 예방하는 옐로카펫
    춘천에는 차량 통행 없어 교통사고 우려 적은 곳에 설치돼
    불법 주·정차로 운전자 시야에 안 보이거나 색 바랜 곳도
    지난해 기준 원주·강릉과 비교해 설치된 개수 적어

    • 입력 2022.10.01 00:01
    • 수정 2022.10.04 09:44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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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평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옐로카펫 주변 도로는 폭이 좁아 차량이 느리게 다닐 뿐만 아니라 빌라 단지 내 위치해 통행량도 적은 편이다. (사진=서충식 기자)
    후평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옐로카펫 주변 도로는 폭이 좁아 차량이 느리게 다닐 뿐만 아니라 빌라 단지 내 위치해 통행량도 적은 편이다. (사진=서충식 기자)

    “이게 여기에 왜 있나 의문이야. 분명 더 필요한 곳이 있을 텐데….”

    어린이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옐로카펫’(yellow carpet)이 실효성이 적은 곳에 설치되거나, 유지보수가 안 돼 색이 바래는 등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옐로카펫은 학교 인근 및 어린이보호구역 주변에 횡단보도와 맞닿은 보도부터 벽면까지 밝은 노란색의 구조물을 설치해 시인성을 높여 어린이의 사고를 예방하는 교통안전시설이다.

    28일 오후 춘천 후평동 후평초등학교 후문 인근 골목에서 ‘옐로카펫‘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 주민 A씨는 “길이 좁아서 차들도 거의 안 다니고, 그나마 다니는 차도 아주 느리게 다니는 곳인데 이런 곳에 왜 설치했는지 의문“이라며 “주변에 돌아보면 이보다 훨씬 위험해 보이는 골목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이곳 옐로카펫 주변에서 1시간가량을 머물며 지켜봤지만 지나간 차량은 3대 뿐이었다.

    반면 이곳으로부터 불과 100m 떨어진 한 보도에는 옐로카펫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곳 역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평소 차량 이동이 많고, 빌라 및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운전자의 시야가 원활하지 못한 곳이다. 2020년 1월 후평동 후평초등학교 부근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차로에서 64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8세 초등생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시각 이곳에는 도로에 흰 글씨로 적혀있는 ‘어린이보호구역’ 안내 외에는 별다른 교통안전시설이 없었다.

    옐로카펫은 어린이들의 교통사고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춘천 지역 어린이 교통사고는 옐로카펫이 없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9~2021년 3년간 춘천에서 보행 중이던 어린이의 교통사고는 44건 발생했다. 이 중 12건이 초등학교 반경 500m 내에서 발생했고, 이곳에 설치된 옐로카펫은 현재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의 ‘옐로카펫 제작 및 설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옐로카펫은 △어린이 통행량이 많은 장소 △횡단보도 교통사고가 많거나 우려되는 장소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아 보행안전 시설물이 필요한 장소에 설치하도록 명시돼있다.

     

    가산초등학교 정문에 있는 옐로카펫은 노란색이 많이 바래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가산초등학교 정문에 있는 옐로카펫은 노란색이 많이 바래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이뿐만 아니라 동면 가산초등학교 정문에 있는 옐로카펫은 노란색이 많이 바랜 상태였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시인성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려는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기 어려워 보였다. 퇴계동 남부초등학교 부근의 옐로카펫은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춘천은 도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설치된 옐로카펫 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다.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춘천 소재 초등학교 43곳 중 옐로카펫이 설치된 학교는 11곳에 그쳤다. 한 학교에 중복해서 설치된 것까지 파악하면 춘천 옐로카펫은 18개인 반면 원주는 52개, 강릉은 33개였다.

    춘천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교육지원청에 학교별로 옐로카펫 수요조사를 진행한 후 원하는 곳에 설치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자체적으로 옐로카펫 사업을 실시한 후 시에서 넘겨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개수는 공공데이터포털 현황보다 현재 옐로카펫 수가 더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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